(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감염을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을 세계보건기구(WHO)가 처음으로 긴급 승인했다.
WHO는 4일(현지시간) 엠폭스 체외 진단 테스트를 긴급사용목록(EUL) 절차에 따라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검사법은 미국 바이오기업인 애벗 몰러큘이 개발한 것으로, WHO가 엠폭스 진단 테스트를 긴급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EUL은 보건 대처가 긴급한 상황에서 아직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한 의약품이나 진단기기 등을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백신과 진단기기 등이 EUL 절차를 거쳐 승인을 얻었다.
이번에 사용이 승인된 검사법은 엠폭스 의심 환자의 피부 물집에 접촉한 면봉을 실시간 유전자 증폭 기술(PCR)로 검사해 바이러스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숙련된 의료 종사자가 검사하도록 설계됐고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WHO는 평가했다.
WHO가 엠폭스 신속 진단 기술을 시급히 보급하려는 것은 발병 의심 사례가 급증하는데도 진단 역량과 자원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 때문이다.
감염 의심자를 제때 진단하지 못하면 많은 환자가 보건 당국의 통제 밖으로 벗어나면서 더 많은 의심 사례를 확산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WHO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엠폭스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우 의심 사례의 37%만 진단 테스트를 받았다. 아프리카에서 올해 들어 최근까지 보고된 엠폭스 의심 사례는 3만건 이상이다.
WHO 의약품 접근성 담당 부국장인 나카타니 유키코 박사는 "이번 첫 EUL 등재는 진단 테스트의 가용성을 확대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품질이 보증된 의료 제품·서비스에 대해 접근성을 확대하는 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핵심 수단 중 하나"라고 말했다.
WHO는 진단 테스트와 진단 기기 등에 대한 긴급 승인을 더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진단 기기 제조사들이 WHO의 승인을 받은 제품을 발병 지역에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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