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기후변화가 불러온 따뜻한 겨울 날씨 탓에 각종 국제 스키대회가 취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세계기상기구(WMO)와 스포츠계가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연구하고 알리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WMO는 국제스키연맹(FIS)과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두 기관은 스키, 스노보드 등 설원에서 펼쳐지는 동계스포츠와 산악 리조트를 비롯한 겨울철 관광업에 기후변화가 미칠 영향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WMO는 스포츠계에 기상 및 온난화 정보와 스키 리조트 주변의 설원 관리 방안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공한다. 세계 137개 나라별 스키협회와 리조트 산업 관계자들은 WMO와 소통하며 기후변화 문제 공론화에 협력할 예정이다.
FIS는 작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전 세계 166개 경기장에서 스키와 스노보드 국제대회 616개가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이 가운데 26개가 기상 여건을 이유로 취소됐다고 집계했다.
요한 엘리아쉬 FIS 회장은 "기후 위기는 분명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은 인류의 큰 문제이지만 스키·스노보드 종목에 실존적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WMO는 지난해 프랑스·오스트리아 연구진이 유럽 28개국 스키 리조트 2천234개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면서 "별도의 제설 시설이 없는 유럽 내 리조트는 기후변화로 설원에 눈을 공급하는 데 큰 위험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제설 시설을 쓰지 않는 것을 전제로 두고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2도 오르면 전 세계 리조트의 53%가, 4도 오르면 98%가 눈이 부족한 위험에 처한다고 짚었다.
스키장과 산악 리조트로 유명한 스위스의 경우, 해발 800m 이상의 고도에서 눈이 내리는 일수가 1970년 이후 지난해까지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잇따른 스키 국제대회 취소는 기후변화의 영향 가운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빙하의 유실과 영구 동토층의 해빙은 산악 생태계와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더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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