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통령 소재 드라마 '더 웨스트 윙' 주인공 대사와 똑같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제79차 유엔총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가 미국 대통령을 소재로 한 정치 드라마 '더 웨스트 윙'의 주인공 대사를 표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은 4일 '밀레이가 유엔에서 더 웨스트 윙 드라마 캐릭터를 따라 한 날'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밀레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첫 연설에서 사용한 마지막 부분은 지난 1999년부터 2006년까지 큰 인기를 끈 미국의 전설적인 드라마 '더 웨스트 윙'의 대본을 그대로 표절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이것이 표절인지, (드라마에 대한) 경의인지 또는 외교적 대담한 제스처인지 아니면 세 가지가 다 합쳐진 모순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밀레이 대통령의 15분 유엔 연설의 마지막 부분으로 표절 논란이 된 대목은 "우리는 모두를 위한 표현의 자유를 믿는다. 모두를 위한 종교의 자유, 교역의 자유 그리고 제한된 정부를 믿는다. 그리고 이 시대에는 한 국가에서 일어난 일은 다른 국가에 빠르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민족이 경제적 억압, 경제적 종속, 종교적 광신주의 등의 형태를 취하는 폭정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믿는다. 이러한 근본적인 개념은 말로만이 아니라 외교적, 경제적, 물질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부분이다.
바로 이 부분은 '더 웨스트 윙' 드라마 시즌4의 15회 부분과 같으며, 드라마의 주인공인 미국 대통령 조사이어 바틀렛(마틴 신 역할)이 참모들에게 한 대사라고 라나시온이 전했다.
라나시온은 밀레이 대통령의 전략가이자 '철의 삼각형'의 한 축인 실세 산티아고 카푸토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가 바로 이 더 웨스트 윙이며, 그는 시즌 7까지 무려 7번 이상을 시청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사회관계망(SNS)에서는 밀레이 대통령의 유엔 연설과 미국 드라마 '더 웨스트 윙' 시즌4 15회 마틴 신이 연기한 부분이 교차 동영상으로 올라와 비교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네티즌은 '대통령 연설이 미국 드라마 대사를 표절했다니 창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밀레이 대통령 지지자들은 '연설 내용은 어디서나 다 비슷하다'라면서 옹호하고 있다.
지난 12월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유엔총회에서 밀레이 대통령은 유엔이 사회주의 어젠다를 강요한다고 비난했으며, '미래를 위한 협약'에 반대를 표명하면서 '자유를 위한 어젠다'를 제안한 바 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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