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보안법, 지난달 중순 하원 통과 뒤 상원 표결 앞둬
인권·기본적 자유 억압 우려…야당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도로를 점거하는 기후 활동가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 보안법'을 두고 이탈리아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과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새 보안법이 지난달 중순 하원을 통과한 뒤 상원에서 최종 심사를 앞두고 있다.
현행 법률에선 '도로와 철도에서 신체를 이용해 교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2명 이상이 저지른 경우' 1천∼4천유로(약 147만∼591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하고 있지만 새 법안은 최고 2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
현지에서는 비폭력 평화 시위를 억압한다는 뜻에서 '반(反)간디법'으로 불린다. 시민·인권 단체는 이 법이 상원마저 통과하면 이탈리아에서 거리 시위 자체가 사실상 금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니콜라 몰테니 내무부 차관은 폴리티코 유럽판과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정부가 다른 어떤 정부보다 시위 권리를 보장해왔다면서 이러한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이 정부는 국가의 공공질서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이 없는 한, 시위를 금지한 적이 없다"며 "다만 시위의 권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할 권리, 교통수단을 이용할 권리, 응급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새 보안법에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인프라 교통부 장관이 추진 중인 토리노-리옹 고속철도 건설, 메시나 대교 건설 프로젝트를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겨냥한 조항도 담겼다.
이에 따르면 공공 프로젝트 반대 시위자들이 위협적이거나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했다고 간주되는 경우에는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이탈리아 인권단체 안티고네의 파트리치오 곤넬라 회장은 "새 보안법은 반대를 범죄화했기 때문에 위험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젊은 환경 운동가라는 특정 대상을 겨냥해 만들어진 법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더욱 위험하다"며 "왜냐하면 성숙한 민주주의에서는 소수자의 항의가 보호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민주주의의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살비니 부총리는 새 보안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선량한 사람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새 보안법에는 임신부나 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 범죄자의 구금 유예 조항을 삭제하고, 수감 조건에 항의하는 수감자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국제앰네스티 이탈리아 지부의 리카르도 누리 대변인은 "몇몇 조항은 개인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행사하는 데 있어 억압적인 효과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녹색좌파연합은 "새 보안법은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진정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중도 좌파 야당인 '+에우로파'의 리카르도 마지 대표는 "이데올로기적 광기"라고 규정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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