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0.25%포인트 인하로 수정, 동결 전망도…"9월 빅컷 후회"
물가·실적 발표에 주목…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여지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미국 고용 시장 상황이 예상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다음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전망이 급감했다.
미 경제가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골디락스'에 가까운 상태지만 중동 지역 긴장 고조 등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안전띠를 풀 때가 아니라는 경고도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미 고용 시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천천히 인하할 여지를 줬다고 말했다.
미 노동부는 9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25만4천명 증가했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31만명)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9월 실업률은 4.1%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고, 전문가 예상치(4.2%)도 밑돌았다.
이에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1월 연준 금리 인하 폭 전망치를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수정했다.
BNP파리바는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다"며 '점진적 속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항만 노조 파업 중단도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안겨줬다.
이에 아직 소수 의견이지만 11월 동결까지 거론되고 있다.
메트라이프 투자운용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드류 매튜스는 "0%와 0.25%포인트 사이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의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로즈는 "9월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오면 11월 금리 인하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인 에드 야데니는 아예 연내 추가 인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 반등, 중국 경기부양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강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9월 빅컷은 불필요했으며, 몇몇 연준 위원들은 결정을 후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달 0.5%포인트 인하는 실수였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11월 빅컷에 관한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9월 일자리 증가를 환영하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2%)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굴스비 총재는 연준 내에서 가장 강한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꼽힌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발표되는 미 9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작년 동월대비 2.3%로, 6개월 연속 내림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경제의 골디락스 시간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경제 연착륙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이지만 중동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경계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WSJ은 고용시장 상황을 볼 때 미 경제가 '골디락스'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만큼 따뜻하지만, 점진적 금리 인하를 중단시킬 정도로 뜨겁지는 않다는 것이다.
WSJ은 그러나 중동 지역 갈등이 폭발하면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강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 증가가 물가 상승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이 이란 석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에 브렌트유 가격은 8% 넘게 뛰었다. 이는 2023년 1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이란 유전 공격 외에 대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발언하면서 추가 상승을 제한했다.
JP모건은 4일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은 이스라엘이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라며 "그렇지만 세계 석유 재고 수준이 낮기 때문에 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유가가 오를 것 같다"고 밝혔다.
라이스타드 에너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전례 없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발생하면 유가가 배럴 당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이라크의 원유 수출이 영향을 받고 세계 소비의 약 5분의 1이 중단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전했다.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도 해당한다.
유가 급등에 '관광객' 같은 단기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된 데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다음 주부터 발표되는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주가를 계속 떠받칠 수준일지도 주목된다.
LSEG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2개월 이익 전망치의 21.5배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3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장기 평균인 15.7보다 훨씬 높다.
UBS는 최근 S&P 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4.7%로 추정되지만, 깜짝 실적이 나오는 경우를 감안하면 8.5%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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