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만의 버틀러行에 지지자 총집결 "6만명 운집"…'굴복 안 하겠다'는 트럼프에 환호·열광
'순전한 악', '구세주' 종교집회 방불…경호 강화로 방탄유리 설치, 곳곳에 경찰 배치
트럼프,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서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전광판엔 투표 독려 메시지
(버틀러[美펜실베이니아주]=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싸우자!(Fight) 싸우자! 싸우자!"
한달 뒤인 내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기 위해 5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 모인 지지자들은 그가 12주 전 이 장소에서 피를 흘리며 당부한 말을 잊지 않았다.
이날 유세가 열린 버틀러 팜쇼(Farm Show)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13일 연설하던 중 인근 건물 지붕에 있던 20세 남성 토머스 크룩스가 쏜 총알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곳이다.
당시 오른쪽 귀 윗부분이 총알에 관통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발언대 아래로 몸을 숨겼다가 경호원들이 달려와 대피시키려 하자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며 자신이 건재함을 확인시킨 뒤 "싸우자!"를 재차 외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유세장에서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 중에는 첫 유세에도 참석한 이들이 많았고 그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당시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티모시 타타(43)씨는 "가슴이 설레는 장면이었다. 그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해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는 부름이었다. 우리는 미국인으로서, 그리고 나라로서 더 나아지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난 그가 우리나라를 위해, 여기 우리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 총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오늘이나 지난 7월에 중단했다면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암살 시도를 트럼프 개인이 아니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운동과 미국인 전체를 겨냥한 공격으로 규정하면서 자신을 도와 11월 대선에서 함께 승리하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동료 미국인 여러분 우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운동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다. 우리의 싸움은 사실 이제 막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 미래를 이루는 것을 막으려는 이들은 나를 비방하고, 탄핵했으며, 기소하고,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지우려고 했으며, 누가 알겠냐마는 어쩌면 나를 죽이려고까지 했다"며 앞으로도 자신에 대한 공격이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부에 "싸우자"를 외치며 호응했다.
8살짜리 딸아이와 모친과 함께 온 칼라 아이오리오(41·여)씨는 "그는 총격을 당했는데도 일어섰고 이제 우리가 그를 위해 싸울 것이다. 그가 우리에게 싸워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난 4년 전에는 이 나라에서 가족을 양육하는 게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더 이상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범죄가 늘었고 사람들이 불법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러미 알베르터(40)씨는 "민주당은 트럼프가 권력을 잡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미국을 위하고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아내와 함께 유세장을 찾은 가이 에마뉘엘(73) 씨는 과거에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소속을 찍었지만 이후 실망해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4년 전에는 음식을 훨씬 싸게 살 수 있었고 돈이 더 많이 남았으며 모든 게 일반적으로 나았다"면서 "난 바이든이 뭘 했는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그녀(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가 뭘 하겠다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버틀러 카운티 보안관실은 유세 참석자 최대 6만명을 예상했다.
이날 유세는 무대를 중심으로 약 150m X 100m 구역에 집중됐는데 그곳에는 이동하기기 함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총격 당시 유세장에 있다가 숨진 버틀러 주민인 코리 콤퍼라토레와 다른 중상자 2명을 기렸다.
그는 오후 6시 11분이 되자 총격이 발생한 지 정확히 12주가 됐다면서 관중에게 묵념하자고 했고, 묵념하는 동안 성악가가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그는 "앞으로 이 신성한 장소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살범을 "순전한 악"으로 칭하고서 "하느님의 은혜와 섭리의 손길" 덕분에 암살범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하자 관중에서 "아멘"이 흘러나왔다.
이날 유세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신앙심과 유사한 감정을 표현했으며, 유세장에 입장하려고 늘어선 긴 줄은 성지를 참배하는 순례자를 연상케 했다.
'트럼프는 나의 구세주' 등 종교적 색채를 가진 문구도 보였다.
존 마이어스(66)씨는 자신이 총격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뒤에 있는 관람석에 있었다면서 "트럼프가 말하는 동안 그의 뒤에 있던 성조기가 최소 두 번은 천사의 형상을 했다. 하느님이 트럼프를 보호하고 있었고 트럼프는 미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현직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SS)은 지난 7월 총격 이후 경호를 강화했고 이날 현장에는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무장한 경호 요원과 경찰이 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대 주변에는 방탄 유리가 설치됐는데 이는 지난 8월부터 도입됐다.
유세 참석자들도 인근 건물 지붕에 배치된 저격수를 의식했으며, 하늘에 경찰 헬리콥터나 드론이 날아갈 때마다 관심 있게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등장을 약 2시간 반 앞두고 그를 태운 전용기가 상공을 지나가자 지지자들이 환호하며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유세장 곳곳에는 공화당 관계자들이 유권자 등록 안내문을 들고 다니면서 유권자 등록이나 부재자 투표를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이들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이겨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유세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도 꼭 투표하라는 메시지가 반복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펜실베이니아를 가져가 백악관에 입성했으나 2020년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내주면서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던 중 관람석에서 환자가 발생해 의료진이 대응하는 동안 유세가 몇 분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분위기가 늘어진 데다 오전부터 기다리다가 지쳤는지 지지자 일부가 일찍 자리를 뜨면서 연설 시작 30여분 만에 유세장 뒤쪽에는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