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학생 가르친 하마노우에 "혐한 언급하는 사람은 한국 모르기 때문"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990년대에는 한국어과 인기가 별로 높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인기가 대단합니다. 전국적으로 한국어 교사가 모자랄 정도입니다. 일본 대학에서 제2외국어 지망 학생 수를 보면 한국어가 1위입니다."
일본 대학에서 30여년간 한국어 전공 교수로 활동한 하마노우에 미유키 간다외어대학 부학장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국어 인기가 달라진 것을 실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어 인기 전환점이 된 것은 드라마 '겨울연가'와 K팝 유행이었다"며 "특히 동방신기가 일본에서 인기를 끌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회고했다.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도쿄외국어대에 다시 들어가 한국어를 전공한 하마노우에 부학장은 오는 9일 한글날 경축식에서 한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옥관문화훈장을 받는다.
그는 현대 한국어 문법 체계를 연구하며 학술지를 창간하고 한국어 전공자를 1천 명 가까이 길러냈다. 또 한국 여러 대학과 결연을 통해 대학생 교류를 추진했다.
1956년생인 하마노우에 부학장은 고등학교 3학년생이던 1974년 아사히신문에 난 한국 관련 연재 기사가 한국어 공부의 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육영수 여사 피살 사건을 계기로 아사히 신문 기자가 한국에서 한국인과 교류하며 한 달간 기사를 썼다"며 "기사를 보면서 그간 한국에 대해 느껴왔던 좋지 않은 이미지와 전혀 다른 한국을 접했다"고 했다.
이어 "사춘기여서인지 한국과 일본을 이어야 한다는 '한일 가교병'에 걸렸다"며 "처음에는 부모님 때문에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결국 다시 학부에 들어가 한국어를 배웠고 아주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하마노우에 부학장은 한국어를 모르는 학생이 한국어를 익히며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학자이자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어와 한국어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며 "문법이나 발음에서 미묘한 차이를 확인해 가르치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일본인 학생은 처음에 한국어 '딸'과 '탈'의 발음을 구별하지 못해서 이를 교정해 줘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또 일본어는 능동형 동사를 수동형으로 바꿀 때 일정한 규칙이 있지만, 한국어는 변화의 폭이 다소 커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들다'와 '잡다'의 수동형을 보면 '만들어지다'와 '잡히다'로 변화 형태가 다르다"며 "이러한 변화를 동사별로 암기할 수밖에 없는데,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말했다.
하마노우에 부학장은 한국과 일본이 상대국을 이해하려면 민간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식적, 관념적, 추상적으로 친해지자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친구가 생기면 친구의 나라를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인 친구가 있는 일본인은 혐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혐한을 언급하는 사람은 한국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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