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日 연구팀 "신경계·소화관까지 하나로 융합…재생 연구 기여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동물 두 마리의 몸이 하나로 합쳐지는 게 가능할까? 전 세계 바다에 널리 분포하는 빗해파리(comb jelly)는 상처를 입으면 두 마리가 하나로 합쳐지면서 신경과 소화관까지 하나가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엑서터대 및 일본 오카자키 자연과학연구기구(NINS) 케이 조쿠라 박사팀은 8일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다친 빗해파리 두 마리의 몸이 빠르게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쿠라 박사는 "두 개체는 합체 후 신경이 연결돼 근육 수축이 동기화되고 소화관도 합쳐져 먹이를 공유했다"며 이런 융합의 기초가 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밝혀내면 손상 조직의 재생 연구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실험실 수조에 빗해파리를 기르며 관찰하던 중 우연히 몸이 비정상적으로 크고 감각 기관 등이 두 개인 특이한 개체를 발견한 뒤, 이 개체가 다친 두 마리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에 나섰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빗해파리 두 마리의 몸 일부를 잘라낸 다음 가까이 놓아두고 관찰한 결과 10번 중 9번은 두 마리의 몸이 하나로 합쳐졌으며, 합체된 개체는 최소 3주 동안 생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합쳐진 두 개체는 처음 한 시간 동안은 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후에는 한쪽 개체 부분을 자극하면 다른 개체 부분까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2시간 뒤에는 합쳐진 몸의 근육 95%가 완전히 동기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하룻밤이 지나자 두 개체가 겉으로는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합쳐졌고 몸의 한 부분을 자극하면 몸 전체가 반응을 보였다며 이는 두 개체의 신경계도 완전히 융합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소화관을 살펴본 결과 한쪽 개체가 형광으로 표시된 새우를 먹자 조각난 먹이가 융합된 소화관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관찰됐으며, 소화되고 남은 노폐물은 시점은 다르지만, 개체 각각의 항문을 통해 배출됐다.
연구팀은 그러나 두 개체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생존 전략으로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이를 규명하면 손상된 조직의 재생 연구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쿠라 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빗해파리의 인지 메커니즘이 자기 몸과 다른 개체의 몸을 구별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런 인지 메커니즘과 신경계 융합은 면역 체계 및 재생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Current Biology, Kei Jokura et al., 'Rapid physiological integration of fused ctenophores', https://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4)01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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