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PC 재고 조정에 범용 D램 부진…분기 매출은 79조로 사상 최대
DS 영업익 5.3조 안팎 전망…반도체 수장 이례적 사과 "재도약 계기 만들겠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3분기 9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며 주력인 범용 D램이 부진한 데다, 반도체 부문의 일회성 비용 등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 영업익 9.1조로 시장 기대 이하…매출은 79조로 최대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공시했다.
이는 이미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앞서 지난 2분기에는 2022년 3분기(10조8천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었으나, 1분기 만에 도로 10조원 밑으로 내려갔다.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한 79조원으로, 2022년 1분기(77조7천8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앞서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4천335억원)의 4배가 넘는 10조3천47억원, 매출은 19.98% 증가한 80조8천700억원으로 각각 예측됐다.
당초 3분기 영업이익으로 14조원대까지 내다봤던 증권업계는 최근 들어 눈높이를 10조원 안팎으로 급격히 낮춰 잡았다.
◇ "모바일 고객사 재고 조정에 일회성 비용 영향"
이처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스마트폰과 PC 판매 부진으로 메모리 모듈 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12∼16주로 증가하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을 밑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의 9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7.07% 내리며 작년 4월(-19.89%)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의 가격도 전월보다 11.44% 하락했다.
인공지능(AI)·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한 가운데 삼성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경쟁업체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는 현재 HBM 5세대인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AI 시장의 '큰 손 고객'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해 퀄(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성과급)과 파운드리 수주 부진, 비우호적인 환율, 재고평가손실 환입 규모 등도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설명 자료를 내고 "메모리 사업은 서버와 HBM 수요 견조에도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 및 중국 메모리 업체의 범용(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의 영향을 받은 가운데 일회성 비용과 환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밝혔다.
이어 "디바이스경험(DX)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 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증권업계에서는 DS 부문이 5조3천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DS 부문 내에서 메모리 사업은 6조원 안팎(SK증권 6조3천억원, 대신증권 5조7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반면,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이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비메모리 사업 적자 규모를 1조원으로 예상하며 "비메모리는 세트 회복 지연 등에 따른 가동률 저하가 맞물리며 적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MX) 사업은 갤럭시 플립 6 판매 부진 등으로 영업이익이 2조5천억원 안팎에 그치고, 디스플레이 사업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 심화로 1조4천억∼1조6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보고 있다.
TV와 가전 사업은 2천억∼4천억원, 하만은 3천억∼4천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 4분기도 범용 D램 수요 부진할 듯…전영현 부회장 "재도약 계기 만들겠다"
4분기에도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스마트폰과 PC 등의 수요 부진이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일반 D램 턴어라운드와 함께 물량적 우위를 가진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됐으나,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으로 오히려 경쟁사 대비 약점으로 부각됐다"며 "IT 계절성 감안 시 내년 1분기까지 강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와 주가 급락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HBM 기술 격차 등 악재가 충분히 반영됐고, AI 시장 확대에 따른 견조한 HBM 수요 등을 감안하면 업황이 급격히 다운턴(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에서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BM3E 성과 확인이 4분기까지 지연되는 점 등 악재를 감안해도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라며 "시장 우려와 달리 내년 D램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DS 부문 이익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자 중심 메모리 수급 환경이 유지되며 우려 대비 양호한 2025년 업황이 기대된다"며 "연내 예상되는 HBM 시장에서의 성과 확인도 반등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 수장인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잠정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내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지금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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