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경고 이튿날 '승자의 저주' 우려 강조…최윤범 대응 주목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전격적인 '가격 경쟁 포기' 선언은 사실상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에 '승자의 저주' 책임론을 떠넘기면서 공개매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
과열 경쟁 및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명분 삼아 최 회장의 공개매수가 인상을 막을 수 있다면 같은 가격에서 승산이 있고, 설령 최 회장이 공개매수가를 추가 인상하더라도 '승자의 저주' 책임론을 제기하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MBK는 9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고려아연 측 자기주식취득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나 영풍정밀[036560]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 인상 여부에 상관 없이 고려아연·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로 올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MBK는 추가적인 공개매수가격 인상은 회사의 재무부담을 가중시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MBK의 이 같은 결정은 값비싼 기업 인수 비용이 궁극적으로 회사를 망가뜨리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 우려가 깊어진 가운데 나왔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강한 경고성 발언으로 과열 경쟁에 대한 우려는 정점을 찍었다.
이 원장은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즉각적인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고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도외시한 지나친 공개매수 가격 경쟁은 종국적으로 주주가치 훼손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MBK로서는 선제적으로 가격 인상이 없다고 밝힘으로써 '치킨 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공개매수에 대한 금융당국과 여론의 우려를 일단 가라앉힌 셈이다.
무엇보다도 공개매수가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최 회장 측에 '가격 경쟁 포기'에 동참하라는 강한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경고가 나온 이후에도 최 회장 측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면, 추후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여론의 화살은 최 회장 측으로 돌아갈 수 있어서다.
국가기간산업이자 비철금속 제련업 1위 위상을 지닌 고려아연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차입을 일으키며 재무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최 회장으로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최 회장이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을 하지 않는다면 같은 가격이면서 공개매수 청약 기간·세금 등에서 유리한 MBK가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베인캐피털에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담보로 제공하면서까지 공개매수에 나선 최 회장으로선 공개매수가 추가 상향은 여론의 부담을 안고서라도 끝까지 배제할 수 없는 선택지다.
시장에서는 오는 11일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기간 연장 없이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므로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없앤 만큼 추후 고려아연 주주가 되는 MBK에게 더 이상의 가격 인상은 실익이 없다는 점, 내부 검토 결과 영풍[000670]이 제기한 2차 가처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점 등도 MBK가 전격적인 승부수를 띄울 수 있었던 배경으로 거론된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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