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정부 '러시아 입국 완화'에 "안보 위협"
헝가리 내 中경찰 활동 허용엔 "외국 간섭에 뒷문 열어주는 것"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면전에서 헝가리 정부의 친러시아·친중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헝가리의 새로운 비자 제도는 헝가리뿐만 아니라 모든 회원국에 안보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오르반 총리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연설을 가까이서 지켜봐야 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는 지난 7월부터 특정 국적에만 제공되는 '내셔널 카드'(National Card) 적용 대상 국가에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추가했다.
내셔널 카드는 일종의 비자 패스트트랙 제도로, 이 카드가 있으면 헝가리에서 2년간 일할 수 있고 연장도 가능하다. 가족 입국도 허용되며 내셔널 카드를 취득한 지 3년이 지나면 헝가리 영주권 자격도 생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 회원국이 러시아 국민의 입국을 강하게 통제했으나 헝가리는 오히려 문을 넓힌 셈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모두 외부 국경을 더 잘 보호하길 원하지만 이는 우리가 서로 연대할 때만 성공할 수 있다"며 "누구를 들여보낼 것인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헝가리 정부가 어떻게 추가적인 보안 검색 없이 러시아인들을 EU로 초청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헝가리 정부가 자국 영토에서 중국 경찰이 활동할 수 있게 허용한 점도 문제 삼으며 "이것은 유럽의 주권을 수호하는 게 아니라 외국 간섭에 뒷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헝가리가 지난해 밀입국자와 인신매매범을 형기를 마치기 전 석방한 사실도 거론하며 "이는 불법 이주와 싸우는 게 아니다. 우리 연합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울타리 너머로 이웃에게 골칫거리를 떠넘기는 것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르반 총리가 2011년 EU 순회의장국을 맡았을 당시 "유럽 통합의 대의를 위해 봉사하고자 한다. 유럽은 단결해야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한 발언을 거론했다.
이어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유럽은 단결해야 한다"며 오르반 총리의 역행을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오르반 총리는 7월 순회의장국 자리를 넘겨받은 직후 '평화 임무'를 자임하며 러시아와 중국을 잇달아 방문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EU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에 EU 회원국 상당수는 헝가리가 주최하는 각종 회의를 보이콧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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