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중국산 시멘트로 아파트 짓나…공사비 인하 효과는?

입력 2024-10-11 06:03  

[서미숙의 집수다] 중국산 시멘트로 아파트 짓나…공사비 인하 효과는?
시멘트값 인하 거부에 해외 수입 추진…정부 "자잿값 도미노 상승 차단"
건설업계 필요성 인정하나 현실성은 미지수…"가격 협상 수단에 그칠 수도"
"수입해도 빨라야 2년 뒤…수급안정 협의체 활용해 가격 안정 유도해야"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대책은 해외 시멘트를 수입한다는 내용이다.
건설 공사의 핵심 자재이면서 대표적인 내수용 자재인 시멘트를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와 공사비 단가를 낮춰보겠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수입해서라도 시멘트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수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수입산 시멘트로 아파트를 짓는 날이 올까.



◇ "철근값 내렸는데 시멘트값만 요지부동"…시멘트 수입 추진
정부는 지난 2일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서 오는 2026년까지 자재비와 인건비, 공공조달 등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가동해 공사비 상승률을 연 2% 내외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재비 안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민간의 해외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멘트는 생산·물류시설에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장치산업으로, 장기 저장이 어렵고 높은 물류비용이 드는 특성상 생산량의 98%를 국내에서 조달했다.
이 때문에 쌍용C&E와 한일시멘트 등 대형 7개사가 독과점 형태로 시멘트를 생산·공급하면서 수급불안 시 공급 물량이 부족하거나 가격이 급변동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의 자재별 투입 비중은 건축용 금속제품이 11.7%로 가장 높고 시멘트가 투입되는 레미콘이 10.5%, 철근 및 봉강이 6.4% 등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정부가 시멘트 수입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최근 시멘트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공사비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과거 장기 안정세를 보였던 시멘트 가격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2년 반 동안 총 네차례 인상됐다.
이로 인해 2020년 말 기준 t당 7만5천원(평균가)이던 시멘트 가격은 현재 약 11만5천원 선으로 53.3% 뛰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건설공사비 지수 상승률(25.8%)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시멘트 가격 인상 여파로 건설 현장에 직접적으로 사용되는 레미콘 가격은 같은 기간 41.3%가 올랐다. 레미콘 운송비는 이보다 높은 54.9% 상승했다.
건설업계는 올해 들어 시멘트 생산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하락한 만큼 시멘트 가격도 낮춰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던 호주산 유연탄은 2022년 한 때 t당 최고 444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올해 6월에는 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졌고 현재도 14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러시아산 유연탄은 현재 100달러 미만이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는 최근 전기료 인상과 탄소중립 정책에 대응하는 친환경 설비에 막대한 투자비가 든다며 가격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시멘트만큼 중요한 철근은 2021년과 2022년 중국의 철근 수출 제한과 철스크랩(고철) 가격 상승으로 가격이 t당 최고 111만원까지 급등했으나, 현재는 철스크랩 가격 하락으로 t당 90만원대로 떨어진 상태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근과 골재가 중국산 수입 경쟁으로 가격이 하락한 반면 시멘트는 유연탄 가격 인하에도 불구하고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부 중국 등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되면 시장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건설업계가 시멘트 수입을 추진하면 항만 내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 설치 인허가와 내륙의 유통기지 확보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KS 인증으로 품질·안전성을 엄격히 검증하고 유통과정에서 수시 점검 등을 통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 건설업계 "수입 필요하지만 투자비가 부담"…미온적 반응
해외 시멘트를 수입할 경우 유력한 수입선은 중국이다. 중국 시멘트사들도 정부 발표 이후 수출 가능성 여부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달 건설업계 자재 구매담당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의 회의 석상에는 한 중국 시멘트 업체가 참석한 가운데 시멘트 수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국 시멘트사는 이 자리에서 항만 부지에 사일로 2기를 설치하는데 약 235억원이 투입되며, 국내 건설사들과 중국 시멘트사가 합작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수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135억원을 부담하면 중국 측이 1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언급됐다.
초기 수입 물량은 연 78만t으로 연간 국내 시멘트 사용량(5천만t)의 1.56% 정도다.
건자회 관계자는 "수입을 하더라도 자금 출자와 부지 확보, 사일로 건설 등에 최소 2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며 "빨라야 2026년 말부터 수입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실제 시멘트 수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일단 건설회사별로 이해관계가 달라 이견 조율이 쉽지 않고 막대한 투자비도 부담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멘트는 쉽게 굳는 성질 때문에 별도의 저장시설(사일로)이 필수이고 내륙의 유통기지도 건설해야 한다"며 "건설업계가 검토는 하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실제 투자비를 댈 곳이 얼마나 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수입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까지 실제 투자에 대해선 소극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해와 올해 건설 인허가 및 착공 물량 감소로 국내 시멘트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시멘트 출하는 작년 하반기 대비 약 12% 감소했고, 재고는 126만t으로 1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부 시멘트사들은 설비 가동을 줄이고 있다.
시멘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이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수요가 보장돼야 하는데 건설경기에 따라 국내 시멘트도 남아도는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 수입이 고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수입을 위해서는 중국산 시멘트에 대한 품질 문제가 선결 과제다.
건설·시멘트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중국산 시멘트의 품질은 국내산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국내 시멘트사들이 연료로 폐비닐이나 폐플라스틱 등 순환자원의 사용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과 달리 중국은 유연탄을 많이 사용해 시멘트 품질이 더 고르고 양호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KS 인증을 통해 품질 우려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중국산'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부터 해결해야 한다. 국내 기간 산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멘트 수입을 실제 이행보다는 당장은 가격 협상용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실제 수입을 하려면 SPC 설립을 위한 출자자 모집 등에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각 기업이 처한 사정도 달라 이견 조율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실제 수입을 하기보단 시멘트사들을 가격 협상장에 나오게 해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시멘트값, 연관 자잿값 상승에도 영향…"공사비 전반 검증 강화해야"
그렇다면 시멘트 수입으로 공사비와 분양가는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국토부에 따르면 전체 공사비에서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 남짓이다.
공사비가 3.3㎡당 700만원이라면 시멘트 원가는 3.3㎡당 14만원 정도도 되는 셈이다.
분양 면적 112㎡ 아파트 공사비에서 476만원 규모로, 6억원짜리 아파트 분양가의 0.8% 선이다.
단위당 절대 금액은 적어 보이지만 문제는 시멘트 값이 오르면 현재 건설 자재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레미콘(5.4%)은 물론 몰탈, 벽돌 등 연관 자재 가격도 도미노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2020년 말에서 2023년까지 3년간 건설 인건비가 19.1% 오르는 동안 건설 자재비는 39.9%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공사비 상승 기여 비중도 건설 자재비가 53%로 인건비(17.7%)와 금융·장비 등 서비스 분야(29.3%)를 압도했다.
현재 공사비에서 건설 자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인건비(31.3%)보다 높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수입 카드로 최소 10%가량 가격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2년간 대형 시멘트사의 영업이익률은 10∼20%에 달하지만 대형 건설사는 3%에도 못 미치는 곳이 많다"며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는데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것은 독과점의 폐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시멘트 수입도 방법이지만 이보다는 주요 자재에 대한 수요·공급자·정부가 참여하는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 산정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자재비뿐만 아니라 공사비 전반에 걸쳐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건설업계는 공공공사는 물론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공사비 인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재비 인상분 이상으로 공사비를 올릴 수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도 사실상 무력화된 마당에 마땅한 가격 검증 수단이 없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선구 경제금융실장은 "내년부터는 건설사들의 공사비 인상분이 경영 실적에 반영되면서 현재 3% 미만인 영업이익률도 점차 개선되는 등 경영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관측된다"며 "수급협의체를 통해 시멘트 등 자재비 인상과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적정 가격 책정을 유도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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