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작가 "명예로운 일"…日출판사 대표 "한국 문학 더 알려질 것"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한국 작가 한강이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일본 언론은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의 작품을 상세히 소개했다.
교도통신은 "2010년대 이후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높이 평가받았고 일본에서도 'K문학'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었다"며 "한강은 그중에서도 보편성과 문학성에서 선두를 달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간 존재를 근원적으로 다시 물은 '채식주의자'로 2016년 맨부커상을 받으며 주목도를 높였고 이후 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도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품의 공통점을 "사회의 억압에 대해 조용히 저항하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자세"로 꼽으며 "작품을 통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왔다"고 평했다.
공영방송 NHK는 한강에 대해 "많은 작품이 일본어로 번역돼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가"라고 보도했다.
문학 연구자인 도코 고지 와세다대 교수는 NHK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작가로서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여성으로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것의 곤란함을 다룬 감동적인 작품이 많다"며 "한국 음악과 영화가 친숙해졌지만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도 많이 읽히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일본어로 써온 재일교포 작가들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감격스러워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평생 제주 4·3 관련 작품 집필에 매진한 김석범은 "일본과 비교해 한국 문학 수준이 낮지 않은데 지금까지 평가받지 못했다"며 "후배가 수상했다는 것이 매우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생활하다 일본으로 건너간 김시종은 "경탄과 감사밖에 (할 말이) 없다"며 "한국 역사를 테마로 해온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우리에게도 고마운 일"이라고 했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일본어로 번역해 출판한 김승복 쿠온출판사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강의 작품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강이 쓴 소설과 에세이에는 깊은 슬픔이 있지만 읽으면 연약해지지 않고 힘을 받게 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달 한국에서 한강을 만났을 때 70대 일본 여성 독자에게 받은 편지를 전했더니 세심히 편지지를 골라 답장을 썼다는 일화를 전하면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 문학이 더욱 많이 알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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