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명 죽고 117명 다쳐"…헤즈볼라와 충돌 이후 사상자 최대
알자지라 "외곽 아닌 '수도 심장부' 주거지역 이례적 타격
레바논 측 "헤즈볼라 특정간부 노린 듯…암살 실패해 당사자 생존"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임지우 기자 =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중심부의 인구밀집지역을 공습해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적들이 오늘 저녁 베이루트를 폭격해 22명이 숨지고 11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8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양측의 무력충돌이 본격화한 이후 현재까지 단일 사례로는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공습이라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짚었다.
특히, 이번 공습은 그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주로 레바논 남부 외곽이나 베이루트 교외 지역을 노렸던 것과 달리 이례적으로 베이루트 중심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중동·아랍권 최대 뉴스네트워크인 알자지라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의 심장부'를 때렸다면서 공습 피해 지역은 "사람들이 지난 몇 주간 피난처로 삼아온 곳"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습이 떨어진 곳은 인구가 밀집된 주거 지역이며, 2개 주거단지에서 불길과 연기가 피어올랐다고 강조했다.
AP 통신도 서로 다른 구역에 있는 주거용 건물 두 채가 동시에 목표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공격으로 8층짜리 건물 한 채가 무너지면서 다른 건물의 저층부를 휩쓸고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현지 방송들은 고층빌딩 사이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공습 사상자들이 치료받는 인근 병원 앞에 슬픔에 잠긴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들었고, 이 중 일부는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무너진 건물 주변에선 주민들과 구조대원들이 잔해 아래 갇힌 생존자를 찾으려 분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레바논 각지를 융단폭격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 개시를 선언했고, 일주일 뒤인 30일에는 레바논 남부에서 18년 만의 지상작전에 돌입하는 등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다만 수도 베이루트에선 헤즈볼라의 거점으로 알려진 남부 외곽 다히예 지역을 주로 폭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공습은 다른 베이루트 내 인구밀집지역으로도 공습이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레바논의 한 보안 소식통은 이스라엘군의 이번 공격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특정 간부를 노린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AFP는 전했다.
또 로이터 통신은 복수의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헤즈볼라 고위급 와피크 사파가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2019년 미국 재무부가 사파를 제재 명단에 올리며 그가 레바논 정부와 내통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재무부는 "사파는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에 직통하는 헤즈볼라 보안 기관을 맡아 레바논의 항구와 국경을 통해 밀수와 (헤즈볼라 대원의) 출입국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공습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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