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내수 불쏘시개 될까…"한발 늦었다" 실기론도

입력 2024-10-11 10:47   수정 2024-10-11 10:52

'금리인하' 내수 불쏘시개 될까…"한발 늦었다" 실기론도
"소비·투자 개선 전망…'영끌 대출' 폭발 가능성 대비해야"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송정은 기자 = 한국은행이 3년여만에 통화 긴축 기조를 전환하면서 장기간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는 촉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다만 재정 긴축기조·세수 부족 등으로 내수를 뒷받침할 재정 여력이 여의찮은 점을 고려해 금리 인하를 더 서둘러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인하로 '영끌 대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3년 2개월 만에 긴축 기조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풀린 유동성 관리를 위해 시작된 긴축 기조는 유례없는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이어지면서 소비·투자를 제약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대표적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2022년 2분기 이후 9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인 가구 흑자액(실질)은 2022년 3분기부터 8개 분기째 줄며 소비 여력을 죄고 있다.
이번 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통상 금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민간 기업의 설비 투자다. 대출 여력이 늘면서 재화·서비스 소비 역시 늘어날 수 있다.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 투자도 수주·착공 실적이 개선되면서 시차를 두고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11월 미국 대선이 지나면 기업들도 방향성을 가지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내년 중순부터는 내수 회복 효과가 가시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수 침체의 심각성에 비춰 금리 인하 결정이 한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화당국 목표치인 2.0%에 수렴한 지난 8월 금리를 선제적으로 내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2년째 계속된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로 재정 여력이 줄면서 선제적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당시 한은은 증가세인 가계부채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여전히 가계 빚에 대한 우려는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5대 은행이 9월 중 새로 취급한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하루 평균 3천934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회복이 명분이었다면 지난번 금통위 때 이미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라며 "내년 초 정도 대출 규제가 느슨해지면 영끌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 금리 인하로 통화 긴축 기조가 전환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재정 역할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규철 실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라는 것은 아직 재정 정책이 조정이 안 됐다는 뜻"이라며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재정 정책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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