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자들 "가격 외에 규제 해결 방안 등 주요 계획 안 밝혀"
CNBC "환상적 비전 반복하며 기한 놓치는 전철 밟을 수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0일(현지시간) 자율주행 로보(무인)택시 시제품을 공개한 뒤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잇달아 나왔다.
테슬라가 온라인으로 중계한 영상에 따르면 머스크는 이날 로스앤젤레스(LA) 버뱅크에 있는 워너브러더스 영화촬영 스튜디오에서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열고 운전대(핸들)와 페달 없이 무인으로 운행되는 '사이버캡'(CyberCab) 시제품을 선보였다.
또 이 차량을 2027년 전까지 대량 생산한다는 목표와 함께 차량의 대당 가격이 3만달러(약 4천만원) 미만이 될 것이라는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차량에 구체적으로 어떤 자율주행 기술이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기존에 테슬라가 완전자율주행을 목표로 개발해 업그레이드 중인 소프트웨어 FSD(Full Self Driving)에 대해서는 "내년에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완전자율주행, (운전자의) 감독이 없는 FSD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것은 모델3와 모델Y에 적용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날 행사가 끝난 뒤 현장 참석자들은 기대했던 주요 내용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투자회사 래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CEO이자 테슬라 투자자인 낸시 텡글러는 "유일하게 구체적인 것은 사이버캡의 가격이 3만달러라는 것뿐이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투자회사 트리플디 트레이딩의 주식 트레이더인 데니스 딕은 "모든 것이 멋져 보이지만 타임라인 측면에서 보면 별로 그렇지 않다"며 "주주로서 상당히 실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에 지적했다.
로이터는 "테슬라가 얼마나 빨리 로보택시 생산량을 늘리고 규제 승인을 확보해 웨이모 같은 경쟁사를 뛰어넘을 강력한 사업 계획을 실행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내용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실망한 채로 남겨졌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전문매체 배런스도 "테슬라 로보택시 이벤트는 중요한 세부 정보를 전달하지 못했다"며 "머스크가 오늘 밤에 말한 거의 모든 것은 이전에 이미 언급된 내용"이라고 짚었다.
이 매체는 또 "테슬라가 어떻게 (무인택시) 서비스에 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나 회사가 직면한 규제 장애물과 이를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 없었다"며 "새로운 안전이나 주행 데이터도 결여됐다"고 덧붙였다.
경제매체 CNBC는 머스크가 과거 사업 계획으로 발표한 목표 시점을 실제로는 크게 벗어난 이력이 다수 있었다면서 이번에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2016년에 머스크는 2017년 말까지 테슬라 자동차가 사람의 개입 없이 미 대륙을 횡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그는 주주들을 위한 환상적인 비전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며 스스로 기한을 정했다가 놓치곤 했다"고 짚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