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암 치료 분야에서 조기 진단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일찍 발견할수록 전이를 막아 완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빠른 대응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과 심적 불안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로 인해 주목받는 것이 '바이오마커'다. 바이오마커는 몸속 세포나 혈관, 단백질, DNA 등을 이용해 체내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질병 조기 발견 및 예측 등 분야에 활용된다.
현대 의학에서 최초로 암 바이오마커를 발견한 인물은 영국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벤스 존스(1813∼1873)로 알려져 있다.
그는 1846년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소변에서 정상인 소변에서는 확인되지 않는 단백질을 발견, 이를 다발성 골수종 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벤스 존스 단백질'로도 불리는 이 단백질은 외부 침입에 반응해 면역 반응으로 생성되는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을 구성하는 한 요소인 '경쇄'(light chain)의 일종이다.
면역글로불린은 경쇄와 중쇄 등 2개 사슬로 이뤄져 있는데, 경쇄는 면역글로불린이 특정 항원과 결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서는 경쇄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생산돼 소변에 나타날 수 있다.
오늘날 암 진단 분야 내 대표적 바이오마커로는 표피성장인자 수용체2(HER2)가 지목된다.
유방암 진단에 활용되는 HER2는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한다.
정상 세포에서도 발현되나 과발현되면 악성 종양인 HER2 양성 유방암이 생길 수 있다. 이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가 잘 듣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발률이 높아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다.
의료계는 HER2를 정확히 선별할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 환자에 대한 HER2 양성 유방암 표적치료제 투여 여부를 신속히 판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허셉틴'(성분명 트라스투주맙)이 있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은 비소세포폐암 진단에 활용되는 바이오마커다.
EGFR는 세포가 성장하고 분열하는 데 필요한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과다 발현되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비소세포폐암 중 절반에서 EGFR 유전자가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은 유한양행[000100]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EGFR 신호 전달을 방해해 암세포 증식과 성장을 억제하는 표적항암제다.
한미약품[128940]은 지난 7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이오 기업 메딕 라이프사이언스와 신규 항암제의 효능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처럼 암 진단에 주요하게 쓰이는 바이오마커에도 한계는 있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같은 병이라도 바이오마커의 수준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 같은 바이오마커를 가진 환자라도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마커의 유효성을 계속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집단과 환경에서 바이오마커 효능 검증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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