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폭 아픈역사 日, 50년만 노벨평화상에 "핵무기없는 세계 되길"(종합)

입력 2024-10-11 21:57  

피폭 아픈역사 日, 50년만 노벨평화상에 "핵무기없는 세계 되길"(종합)
이시바 "매우 뜻깊어"…일부 신문 호외 속 피폭자 많은 지자체 잇따라 기자회견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은 11일 50년 만의 노벨평화상 소식에 기쁨을 표시하면서도, 이번 수상이 피폭이라는 '아픈 역사'가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되풀이되지 않을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적지 않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평화상은 비핵 3원칙을 선언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1974년 수상자가 된 이후로 처음 수상자가 나왔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라오스를 방문 중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이날 회담 성과 등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원폭 생존자 단체인 '니혼히단쿄'(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의 노벨평화상 선정 소식을 먼저 전하면서 "오랫동안 핵무기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단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에 노벨 평화상이 수여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 직전 내각을 이끌었던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핵무기 없는 세상과 영구적인 평화 실현을 향한 오랜 노력에 대한 평가"라는 글을 올렸다.
대표적인 원폭 피해 지역인 히로시마현의 유자키 히데히코 지사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전 세계 사람들이 핵무기 근절에 힘쓰는 행동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방송과 신문 등 언론도 신속하게 올해 노벨평화상이 일본 원폭피해자 단체에게 돌아갔다는 뉴스를 속보로 전했다.
공영방송 NHK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가 있자마자 히로시마시에서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모여있던 니혼히단쿄 관계자들과 실시간 인터뷰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피폭자들이 많은 히로시마현, 히로시마시, 나가사키현 등 지자체들도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수상의 의미를 되새겼다.
특히 피폭이라는 아픈 역사를 경험한 만큼,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이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을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미마키 도시유키 히로시마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 이사장은 NHK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으로 연신 믿기지 않는다면서 "피폭자들이 살아있는 동안 핵무기를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스즈키 시로 나가사키 시장은 "평균 연령이 85세를 넘는 피폭자들의 오랜 대응이 세계로부터 인정받았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는 쪽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니혼히단쿄에 속해있는 지역별 단체들도 밤늦게까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니혼히단쿄에 속해있는 나가사키원폭피해자협의회의 다나카 시게미쓰 회장은 별도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최고의 날"이라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생을 극복해왔다"고 말했다.
나고야에 본사를 둔 주니치신문 등 일부 신문은 호외(중요한 뉴스를 알리기 위해 정기 발행분이 아니라 임시로 만들어 배포하는 신문)도 발행해 퇴근길 시민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ev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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