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단골 '반핵 운동'…日 원폭피해자단체 올해 수상

입력 2024-10-11 21:15  

노벨평화상 단골 '반핵 운동'…日 원폭피해자단체 올해 수상
노벨위, 핵무기 위험 지속 강조…반핵 관련 수상 총 7차례로 늘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핵무기 반대 운동을 펼쳐 온 일본의 원자폭탄 피해자 단체가 선정되면서 반핵 단체나 개인의 노벨평화상 수상 횟수가 7번으로 늘었다.
노벨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피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를 202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1956년 결성된 니혼 히단쿄(일본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는 피폭자 입장에서 핵무기 근절을 호소하는 활동을 벌여왔다.
노벨위원회는 과거에도 핵무기 폐기 운동 단체나 개인에 노벨평화상을 6차례 수여하며 핵무기 금지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핵무기가 인류 전체에 미치는 실존적인 위협을 경계해왔다.
가깝게는 2017년 핵무기에 반대하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연합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이 이 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당시 "핵무기 사용이 인류에 초래할 재앙적 결과들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으고, 조약에 근거한 핵무기 금지를 달성하기 위한 획기적인 노력을 기울인 공로로 상을 수여한다"라고 수여 이유를 밝혔다.
ICAN은 이날 니혼 히단쿄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이 단체를 "핵무기의 재앙적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그 완전한 폐기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영감을 주는 생존자들"이라고 표현했다.
니혼 히단쿄도 ICAN의 2017년 노벨평화상 수상 당시 "ICAN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핵무기를 근절하려는 운동을 변함없이 해 왔기 때문에 이번 수상자 선정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에는 원자력 에너지가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고 평화적 목적과 안전한 방식으로 사용되도록 노력한 공로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당시 IAEA 사무총장이었던 무함마드 엘바라데이가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1995년에는 영국의 핵무기 폐지론자인 조지프 로트블랫이 자신이 이끌던 반핵 평화단체 '퍼그워시 회의'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인정받아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85년에는 핵전쟁 방치와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하는 국제 의학 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IPPNW)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당시 "핵 전쟁의 재앙적 결과에 대해 권위 있는 정보를 전파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노력으로 이 단체에 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1962년과 1974년에는 개인이 반핵 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의 물리화학자 라이너스 폴링은 핵 군비 경쟁에 맞서 싸운 공로로 196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미 1954년에 화학결합 성질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수상, 노벨상을 두 번 받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개인 단독 수상으로만 노벨상을 2회 받은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일본의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1974년 '비핵 3원칙'으로 일본의 첫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됐다.
사토 전 총리의 비핵 3원칙이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가 반핵 운동을 한 개인과 단체에 이처럼 수차례 노벨평화상을 수여해온 것에는 핵무기가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핵무기를 폐기하지 않는 한 평화가 달성될 수 없다는 인식이 녹아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올해 니혼 히단쿄의 수상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핵, 이란 핵 프로그램 등으로 전 세계의 핵위협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외르겐 바트네 프뤼드네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핵무기 사용을 금기하고 있는 국제규범이 압박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며 "핵전쟁은 인류의 문명을 파괴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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