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도에 석유 팔아 모은 루피화로 민감 기술 우회 수입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인도가 러시아에 수출이 제한되는 중요 기술 제품을 두 번째로 많이 공급하는 국가가 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의 미국·유럽 관리들에 따르면 인도가 반도체, 집적회로(IC), 공작기계 등 대러시아 수출 제한 품목을 러시아에 수출한 금액은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6천만 달러(약 811억원)를 넘어섰으며, 7월에는 9천500만 달러(약 1천284억원)로 급증했다.
러시아에 이들 품목을 인도보다 더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군수산업으로 들어가는 민감 기술 품목의 거의 5분의 1이 인도를 거쳐 들어왔다고 이들 관리는 전했다.
앞서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가 전쟁에 필요한 핵심 전자 제품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인도에 비밀 무역 채널을 구축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이들 이중 용도 제품을 직접 수입하는 길이 제재로 막히자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입해왔다.
이런 러시아의 우회 수입 경로로 튀르키예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널리 이용되다가 서방의 규제가 강해지자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새로운 우회 수입 채널로 등장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도가 중국과 함께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수입처로 부상하면서 러시아는 석유 판매 대금으로 막대한 인도 루피화를 축적했다.
그 결과 러시아가 루피화를 사용해 인도에서 민감한 기술 품목을 우회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방 각국은 이 문제를 인도에 제기했지만, 인도 측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 기관들은 인도 현지를 여러 차례 방문해 단속을 압박하고, 관련 인도 기업들을 제재하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 7월 인도의 3대 기업 단체에 편지를 보내 "러시아의 군 산업 기반과 사업을 하는 모든 외국 금융기관은 제재받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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