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본산 英도 한강 열풍…품절 행진에 한글 원서까지 거의 동나

입력 2024-10-13 08:45  

부커상 본산 英도 한강 열풍…품절 행진에 한글 원서까지 거의 동나
'희랍어시간' 특별판 2천부 날개돋친듯 팔려, '소년이 온다' 재고 없어
K드라마·K문학 팬들 한글까지 '열공'…"깊이 있고 한발 앞서가"
K문화 인기에…대형서점서 열린 한국 웹툰 작가 북토크도 '성황'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한강 말이죠? (수상 발표) 첫날에 이미 다 팔렸어요. 지금 센트럴 런던 어디에서도 못 찾을 겁니다."
주말인 12일(현지시간) 오후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도심의 대형 서점 워터스톤스 트래펄가 광장점에 들어서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책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직원이 많이 듣는 질문인 듯 바로 답했다.
이 직원은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새로 주문한 책이 들어올 예정"이라며 "앱에서 어느 지점에 재고가 뜨는지 봐서 현장 수령으로 주문해 찾으러 오는 게 가장 빨리 구하는 방법"이라는 '꿀팁'까지 줬다.
이곳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인 다른 대형 서점 포일스(Foyles) 채링크로스점도 마찬가지였다.
이곳 직원은 "한강 책은 한 권도 안 남았다. 이 일대 다른 서점들도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4층 언어(외국어) 섹션에 한국어로 된 책만 서너권 남아 있다"고 귀띔했다.
도심 번화가 소호에 있는 이 서점은 포일스의 7개 매장 중 6층 건물에 20만권을 보유한 플래그십 스토어(간판 매장)로, 언어 섹션에서 외국어 서적도 다량 판매한다.
이 서점은 이 섹션에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지난 11일 오후 주영 한국문화원과 손잡고 '한강 특별 코너'를 마련해 한강의 책들을 한글 '원서'로 배치했는데, 만 하루 만에 거의 동이 났다고 한다.
포일스 언어 부문을 맡고 있는 카멜로 풀리시 부장은 "한글 책은 약 40부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서너 부 남았다"고 설명했다.
풀리시 부장은 "영문판 '희랍어 시간'(Greek Lessons)은 지난해 4월 출간 당시 한강 작가의 런던 방문에 맞춰 포일스에서 책 가장자리에 한글 문장이 쓰인 특별판 2천부를 주문했는데 그건 모두 팔렸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출간된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는 "한달에 20∼50부씩은 늘 팔리는 꾸준한(perennial) 작품"이며 '소년이 온다'(Human Acts)는 "현재 모두가 읽고 싶어하는 책인데 우리에겐 재고가 없다"고 전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세계에서 한국 문학의 저력을 확인시켜 준 대형 사건이지만, 그 이전부터도 런던에서는 한강을 비롯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던 상황이다.
특히 런던은 2016년 한강에게 권위있는 문학상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안기며 그를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은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다. 한강은 그 해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의 국제 부문인 맨부커 인터내셔널(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어 2018년 소설 '흰'이 최종 후보에 올랐다.
포일스의 풀리시 부장은 한강뿐 아니라 정보라, 박상영, 천명관 등의 작품도 독자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이들 모두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작가들이다.
그는 "새로운 목소리는 우리에게 좋은 시장이다. 그리고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 한국어 교재도 많이 팔린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이 서점 한국어 책 코너에서는 한글 책을 고르고 있는 현지인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이날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구입한 크리스티나 씨는 영문 번역본으로 이 작품을 먼저 접하고 나서 한창 독학 중인 한글 공부를 위해 원서를 사가는 길이라고 했다.
크리스티나 씨는 좋아하는 한국 작가나 작품이 있는지 질문에 바로 "한강"이라면서 "'채식주의자'를 좋아하지만, '희랍어 수업'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멋진 일"이라고도 했다.
이날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관심은 이 서점 6층에서 포일스와 주영 한국문화원이 '한국 문화의 달'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한 웹툰 작가 주동근의 북토크에서도 드러났다.
주동근은 학교를 무대로 한 좀비물인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원작 작가로, 이날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수십 명이 행사장을 꽉 채우고 그의 말을 경청했다.
작가가 "영국에서 '28일 후' 등 제게 영감을 준 작품이 만들어졌기에 런던에 초대받아 기뻤다. 영국 사람들이 좀비물을 아주 좋아한다고 알고 있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즐거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작업하면서 독자 댓글을 작품에 반영하나, 아니면 원래 계획대로 풀어 나가나", "드라마화에 원작자도 배우 캐스팅에 의견을 낼 수 있나", "드라마에 얼마나 만족하나" 등 질문을 이어갔다.

이들은 한 분야나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해 다른 분야로 관심을 확장하며 한국 문화를 여러 각도로 접하고 있다. 여기에서 한글과 한국 문학도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불가리아 출신으로 영국에서 지내고 있는 에디 씨는 좋아하는 작품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면서 "한국어 연습을 위해 한글 소설을 읽는다"고 했다.
프랑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지내는 사브리나 씨는 이날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 이날 북토크에도 찾아오게 됐다면서 "한국인들이 책이나 드라마에 까다로운 독자 또는 시청자여서 그런지 한국 작품들은 깊이가 있고 한발 앞서 생각하고 어떻게 해야 독자나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줄 안다"고 평가했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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