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건 하루 뒤 발표…'암살시도' 뒷받침하는 증거는 제시안해
당사자는 공화당원…지역 언론 인터뷰서 '암살 시도' 강력 부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과 9월에 두 차례 암살 위기를 모면한 가운데 이번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 인근에서 총기와 탄창 등을 불법으로 소지하고 있던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 카운티 보안관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59분 코첼라 밸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관리하던 경찰관들이 유세장 밖 차량 검문소에서 49세 남성 벰 밀러를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체포했다.
당시 검은색 SUV 차량에 타고 있던 그는 차 안에 산탄총과 장전된 권총, 대용량 탄창을 불법으로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별다른 저항 없이 체포돼 인근 구치소에 구금됐다. 그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발생 하루 뒤 이런 내용을 알린 보안관실은 "이 사건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행사 참가자들의 안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안관 채드 비앤코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의자 밀러의 범행 동기에 관한 질문에 "지금 내게 묻는다면 우리 경찰이 아마도 세 번째 암살 시도를 막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또 다른 암살 시도를 막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비앤코는 밀러의 차량 번호판이 '주권 시민'(sovereign citizens)이라고 주장하는 집단에 속한 이들이 만든 번호판과 같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집단은 극우 단체로 간주되고 정부와 법이 자신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고 믿는 이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앤코는 밀러가 암살을 시도했다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비앤코는 "우리가 아는 것은 그가 여러 개의 다른 이름을 가진 여권과 가짜 번호판을 단 미등록 차량, 장전된 총기를 가지고 나타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역 매체 프레스 엔터프라이즈에 따르면 당사자인 밀러는 이날 남부 캘리포니아 뉴스 그룹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트럼프 지지자라고 주장하면서 보안관이 암살 시도를 언급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밀러는 "이런 혐의는 완전히 헛소리"라며 자신이 네바다 클라크 카운티의 공화당 대표에게서 코첼라 밸리 유세의 특별 초대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2022년 살해 협박을 받기 시작한 뒤 총기를 합법적으로 구입했으며, 네바다와 캘리포니아주의 총기 법의 차이점을 잘 모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역 매체는 그가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으며, 2022년 네바다 주의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도 있다고 전했다.
미 비밀경호국(SS)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사건이 경호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떤 위험에도 처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며 "현재 연방 (범죄 위반 혐의로) 체포는 이뤄지지 않았고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밀러는 5천달러(약 676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당일 석방됐으며, 내년 1월 2일 법원에 출두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 사건에 관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서도 암살 시도가 있었으나, 범인이 쏜 총알이 트럼프의 오른쪽 귀 윗부분을 스치면서 큰 위험을 모면했다.
또 지난 9월 15일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비밀경호국 요원이 골프장 울타리에 숨어 기다리고 있던 총기 무장 남성에 선제 대응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곧바로 피신하는 일도 있었다.
현직은 물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까지 담당하는 비밀경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차례의 암살 시도 사건 이후 경호를 대폭 강화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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