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 식량 시스템 통제할 힘 갖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군사 작전을 확대할 경우 가자지구에서와 같은 기아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유엔 보고관의 경고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클 파크리 유엔 식량권 특별 보고관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관련,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 수위를 높이면 레바논의 기아 및 영양실조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파크리 보고관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굶긴 것처럼 레바논인들을 굶길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레바논에서 기아와 영양실조 비율이 매우 빠르게 치솟을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레바논의 지리를 살펴보면 이스라엘은 (현지) 식량 시스템을 절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레바논의 식량 상황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면서 이미 악화하기 시작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국경 지대에서 교전을 벌이면서 현지 농민 40%가 피란, 농작물 생산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그 뒤 지난 달 중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대한 공격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민간인들의 식량 확보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쟁이 1년 넘게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의 경우, 인구의 96%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린이 5만 명은 급성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집계된다.
파크리 보고관은 지난 7월 보고서에서 "기근은 인간이 만든 것이며 항상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굶긴 결과이기 때문에 항상 정치적 문제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기아를 전쟁 범죄이자 반인도적 범죄에 이용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며 "이는 예외 없이 국제법을 근본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파크리 보고관은 "기아는 항상 사람들을 그들의 터전에서 쫓아내는 무기로 사용된다"며 "이는 종종 영토 합병과 점령 등과 연결돼 있고, 이것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현재 레바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엔은 오는 18일 총회에서 파크리 보고관의 보고서에 대한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hrse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