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획한 美장비 고쳐서 사용…젤렌스키 "北 실질적 전쟁 개입"
(모스크바·베를린=연합뉴스) 최인영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의 레바드네(러시아명 레바드노예) 마을을 다시 점령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자포리자주 레바드네를 '해방'했다고 주장했다. 레바드네는 최근 러시아군이 공세를 집중하는 도네츠크주에서 남서쪽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레바드네는 2022년 2월 시작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초기에 러시아군에 점령됐다가 지난해 6월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가 탈환한 7개 마을 중 하나다.
러시아군이 이 마을을 다시 장악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마을의 통제권은 약 2년 8개월 사이에 3번 바뀐 셈이다.
러시아가 임명한 자포리자 수장 예브게니 발리츠키는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에 "러시아군은 계속 전진하고 있고 적은 인력과 장비 모두 크게 잃었다"며 "점차 자포리자주의 모든 마을이 해방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남부방위군 대변인 블라디슬라우 볼로신은 레바드네 전황이 "매우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양측 모두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노린 흑해 항구 공습을 이어갔다.
올레흐 키페르 오데사 주지사는 이날 오데사항에 탄도미사일이 떨어져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벨리즈와 팔라우 선적 민간 선박 2척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올렉시 쿨레바 인프라·지역 담당 부총리는 지난 10일 텔레그램을 통해 최근 3개월간 약 60건의 공격으로 약 300개의 항만 인프라와 22척의 민간 선박이 손상됐고 80명 넘게 숨지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오데사 동쪽 헤르손에서는 이날 드론 공습으로 차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전했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 쿠르스크주를 2개월째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군 밀어내기를 시도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에 "러시아군이 닷새 동안 쿠르스크에서 우리 방어선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장병들은 버티면서 반격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기상악화로 작전이 제한되기 전에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기 위해 반격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를 침공당한 이후 이 지역에 병력 5만명을 투입해 우크라이나 영토 내 기존 전선에서 전투력이 약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전장에 투입됐다고 이틀 연속 주장했다.
그는 이날 저녁 연설에서 해외·국방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의 실질적 전쟁 개입"을 포함한 가을·겨울철 러시아군의 계획을 보고받았다며 "누가 러시아를 돕든 우크라이나 방어에 필요한 만큼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에도 "러시아와 북한 같은 정권의 동맹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더 이상 무기 이전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북한에서 점령군(러시아군)으로 인력 이동에 관한 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타스 통신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아우디이우카 인근에서 노획한 미국제 M88A2 허큘리스 구난전차를 수리해 사용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만 루신 중위는 타스 통신에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사용할 미국제 M88A2 허큘리스가 완전히 복원됐다"며 "이미 시범 사용도 마쳤다. 러시아 장비를 대피시키는 작업을 모두 수행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 미하일 폴리카르포프는 현지 매체 베스포르마타에 "M88A2 허큘리스를 복구해 사용하는 것은 실험"이라며 러시아군이 독일제 레오파르트 등 다른 노획 전차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노획한 장비를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이 혼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노획한 레오파르트 전차에 러시아군 표식이 있더라도 누군가는 그것을 위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오인 사격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카르포프는 러시아군이 노획 장비를 전장에 사용한 것이 M88A2 허큘리스가 처음은 아니라며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미국제 M113 병력수송장갑차를 사용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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