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사다리 안닿는 고층에도 진입창 의무설치?…규제 개선해야"

입력 2024-10-15 12:00  

"소방사다리 안닿는 고층에도 진입창 의무설치?…규제 개선해야"
대한상의, 국민이 선정한 '재검토가 필요한 현장규제' 10건 공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A 반도체 공장은 국내에서 가장 긴 70m 소방 사다리를 사용해도 8층까지만 접근이 가능하다. 한 개 층의 층고가 약 8m로 일반 건축물(2.8∼3m)보다 훨씬 높아 9층(약 74m) 이상은 진입창을 통한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법령상 건물의 2∼11층은 소방 사다리를 이용해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창을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층에 진입창을 설치해도 정작 사다리가 닿지 못해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는 15일 이처럼 국민·기업이 규제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목한 10건의 규제 사례를 공개했다.
규제투자애로접수센터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발굴한 것으로, 대한상의 소통플랫폼 '소플'에서 개선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많이 받은 과제들이다. 이번 조사에는 국민 446명과 기업 관계자 731명 등 총 1천177명이 참여했다.
개선 필요성에 가장 많이 공감한 규제로는 소방 사다리가 닿지 않는 고층에도 진입창을 의무 설치하도록 한 규제(응답 비율 74.6%)가 꼽혔다.
업계에서는 사다리가 닿지 않는 구간에 대해서는 제도를 유연화하고, 대신 건물 내부에 비상용 승강기나 안전 구역 등의 안전조치를 마련하는 등의 합리화 방안을 제안했다.
공장의 주차난을 해결할 부지가 있지만 규제 때문에 추가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어 공장 직원들이 인근 국도를 이용하게 된 B기업의 사례도 많은 공감(응답 비율 71.7%)을 받았다. 해당 부지가 속한 생산관리지역에 설치 가능한 시설에 주차장이 포함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이 때문에 B기업 공장 직원들은 국도에 차를 주차해 사고 위험도 크고 지역 주민의 불편도 야기하고 있다.



이미 공장이 들어선 후에 해당 지역에 토지이용규제가 적용되면서 신증설 투자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는 등 기업 활동과 투자를 가로막는 토지이용규제도 재검토가 필요한 사례에 포함됐다.
경로당에 가스레인지를 설치하는 비용이 일반 가정보다 최대 5배 이상인 경우 등 국민 불편을 유발하는 과제들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이 배우자의 상속 재산을 공동 소유로 보고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것과 달리 한국은 부부 한 쪽이 사망하면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내도록 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외에도 보편화된 자동차 소프트웨어 원격 업데이트(OTA)가 현행 법령상으로는 불법인 점, 법정 단위(g 등) 외에 파운드(lb)나 온스(oz) 같은 비법정단위가 표시되는 저울 판매가 불법인 점 등도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로 지목됐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규제는 국민을 보호하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시대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기업 현장, 일상생활의 규제들은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기업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소플 홈페이지에서 현장과 동떨어진 규제 사례를 상시적으로 받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정부와 협력해 규제 개선에 노력할 계획이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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