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다각화·자체 생산 강화…"헬륨 수입비중 美 5%, 카타르 90%"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미국의 헬륨 무기화 공포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중국 내 전문가들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중국은 첨단 의료기기와 양자컴퓨터, 각종 반도체 생산 때 필수 불가결한 물질인 헬륨을 미국에 사실상 의존했던 탓에 공급 중단 가능성을 우려해왔으나, 최근 몇 년간 수입선 다각화와 중국 내 자체 생산망 가동으로 불안이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20년 미·중 무역 분쟁 와중에 중국이 첨단산업의 필수재료인 희토류 공급망을 쥐락펴락하면서 공급 제한에 나서자 미국도 헬륨 카드로 맞서면서 '희토류 vs 헬륨' 무기화 분쟁이 벌어졌다.
외신을 종합해보면 당시 희토류 생산을 장악하고 있던 중국이 미국 등을 겨냥해 공급량을 줄이는 공격을 시작했다.
희귀한 흙(rare earth) 원소 17종류를 총칭하는 희토류 원소는 희귀하지는 않고 값이 비싸지도 않지만, 채굴·분리·정련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력과 축적된 기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미국 등은 희토류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미국은 중국에 헬륨 수출 제한으로 맞섰고, 이 조치는 수년간 이어졌다.
헬륨은 절대 영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깝게 할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어 양자컴퓨터·자기공명영상(MRI)장치·핵융합로·입자가속기 등을 냉각하고 컴퓨터 칩 제조에도 꼭 필요한 천연가스 부산물이다.
미국산 천연가스엔 양질의 헬륨이 함유돼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만 중국산 천연가스엔 헬륨 함유량이 극히 적어 사실상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10년 넘게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오면서 세계 두 번째의 헬륨 사용국이 된 중국은 미국의 헬륨 무기화로 공급 제한·차단 불안에 시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헬륨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헬륨 가격도 크게 올라 그전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필요한 헬륨을 사들여야 했다.
그러나 근래 사정이 달라졌다고 SCMP는 전했다.
독일 베를린과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컨설팅업체 시놀리틱스의 직원 조스트 우에베크는 "이전엔 중국이 미국산 헬륨을 공급받지 못하면 대체재를 찾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미국이 헬륨을 지렛대로 사용하려고 시도해도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재 중국의 헬륨 수입은 미국이 5%에 불과하고, 90%가 카타르로부터 들여오고 있으며, 헬륨 생산을 늘리고 있는 러시아 비중도 차츰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카타르를 정치적으로 압박해 중국에 헬륨 수출을 제한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미국은 그로 인한 이익보다 더 큰 정치적 비용을 치러야 할 처지여서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이외에 헬륨 자체 생산에도 박차를 가해왔다.
2020년 7월 중국과학원 주도로 닝샤(寧夏) 후이족(回族) 자치구 옌츠(鹽池)에 헬륨 독자 생산을 위한 대형 공장을 신설해 가동에 들어갔으며, 공장 추가 건설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천연가스 생산 공장에서 나오는 천연가스 폐기물에 포함된 상당량의 헬륨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가동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아울러 천연가스 이외에, 석탄에서 헬륨을 추출하는 방안을 연구하는가 하면 헬륨 이외에 초저온 환경을 조성할 대체물질을 찾는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다.
시놀리틱스 직원 조스트 우에베크는 "중국에서 소비되는 헬륨의 92%가 여전히 수입되고 있으나, 2018∼2020년 사이에 중국의 자체적인 헬륨 생산량이 5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SCMP는 컨설팅 기관인 중국국가화학정보센터(CNCIC)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이 2028년까지 헬륨 수요의 수입 의존율이 6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kji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