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변한 것 없다"…경영권 수성 전략 다시 짜는 고려아연

입력 2024-10-15 15:14  

"상황 변한 것 없다"…경영권 수성 전략 다시 짜는 고려아연
"영풍·MBK 지분율 38.47%로 늘었지만…절대우위 아니라 해볼만"
우호지분 추가 확보·국민연금 등 주주 설득 노력 '투 트랙 전략'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15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경영권 수성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전날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5.34%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분율을 38.47%까지 높였지만, 주주총회 표 대결이 이뤄진다면 현재 어느 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판단하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지분에서 우위에 선 영풍·MBK 연합은 당장 임시 주총 소집을 통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기세다.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 개최를 거부하고 영풍·MBK 연합의 경영권 인수 부당성을 알린다는 방침이어서 양측 간 실력대결이 계속될 전망이다.

◇ 누구도 웃지 못하는 숫자 '5.34%'…고려아연 '우호지분+α' 확보 집중
최 회장 측은 전날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지분 5.34%를 추가로 확보했다고 공시하자 "상대가 제시한 목표에는 미달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후 적절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간략한 메시지만 냈다.
'목표 미달' 언급은 애초 영풍·MBK 연합이 최소 매수 목표로 제시했던 6.98% 확보에도 못 미쳐 단번에 경영권 인수에 필요한 지분 확보에 실패한 것에 대한 혹평으로 해석됐다.
최 회장 측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결과가 나오자 그동안 검토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현재 판세를 분석하고 추가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오는 23일까지 진행되는 자사주 대항 공개매수 등 지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을 이어가면서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해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설득하는 '투트랙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판세가 영풍·MBK 연합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 회장 측은 '기존 상황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공개매수 결과를 반영하면 이제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이 33.99%, 영풍·MBK 연합이 38.47%로, 영풍·MBK 연합이 4.48%포인트 앞서게 된다.
그러나 오는 23일 고려아연과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기준으로 최 회장 측에 우호 지분 약 2.5%가 추가돼 지분율이 36.49%로 올라 격차가 2% 안쪽으로 좁혀질 수 있다.
고려아연 보유 자사주(2.39%)와 매입 예정 자사주(2.85%), 국민연금 지분(7.83%)을 제외하면 기존 유통 물량은 20% 안팎이었는데, 전날 영풍·MBK 연합으로 5.34%가 유입되면서 자사주 청약 가능 물량은 15% 안팎으로 줄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후 전략 소각 방침을 세운 상태여서 이후 기존 주식의 지분 가치는 모두 올라가게 된다.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10%를 사들여 소각하는 경우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42.74%,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 우호 지분까지 합해 40.27%로 각각 높아진다.
어느 쪽도 절대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 회장 측은 현재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의 변함없는 지지를 확보하면서 추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자사주(2.39%)를 적정한 시점에 우호 지분에 넘겨 의결권 있는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7.83%에서 공개매수 후 자사주 소각 뒤 지분율이 8.7%로 커지는 국민연금의 역할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앞서 올해 3월 열린 고려아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당시 상정된 17개 모든 안건에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낸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은 배당액 인상과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라는 안건 등 2건에 대해 다른 의견을 냈으나, 국민연금은 모두 현 경영진 편에서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 최윤범 회장측 "세계 1위 일군 성과 인정돼야…대다수 주주가 신뢰"
최 회장 측은 고려아연의 미래를 위해 현 경영진이 회사를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강하게 펴고 있다.
영풍그룹을 함께 설립한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의 뜻대로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하면서 고려아연을 크게 성장시켰는데, 이런 전통과 실적이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고려아연을 성장시켰고, 그 바탕 위에서 지난 2022년 취임한 최 회장 역시 미래 비전을 제시하며 회사를 발전시키려 하는데, 영풍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최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 사업,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등 3대 신사업을 주축으로 재편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최고기술책임자·CTO)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의 최근 1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12.8%에 달하지만, 영풍은 -1%라고 소개하면서 경영진이 영풍 측 인사들로 바뀔 경우 회사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MBK 측이 부인하고 있지만, 최 회장 측은 결국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는 중국 등 해외에 매각하는 것 외에는 수익을 낼 방법이 없다는 주장도 이어가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 고려아연과 영풍 측 지분은 33.99% 대 33.13%로 1%포인트 차이도 아니었다"며 "결국 지분이 아주 많아서가 아니라 대다수 주주의 신뢰가 있었기에 현 경영진이 회사를 이끌어왔던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것"이라고 주장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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