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소탕을 명분으로 이스라엘군이 국경을 넘어 레바논 남부를 침공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레바논 인구 25% 이상에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유엔난민기구(UNHRC)가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마 자무스 임세이스 UNHRC 중동 국장은 레바논 남부 20개 마을에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추가됐으며 이는 레바논의 4분의 1 이상이 이스라엘 대피 명령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임세이스 국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같이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대피령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거의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한 채 도망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가자 전쟁이 발발한 이후 지난 1년 동안 레바논에서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2천309명이 사망하고, 120만명이 넘는 주민이 피란민 신세가 됐다고 레바논 정부는 밝혔다.
이 같은 사망자 수는 민간인과 헤즈볼라 전투원을 합산한 것으로, 사망자의 대다수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확대한 지난달 말 이후 목숨을 잃었다고 레바논 정부는 덧붙였다.
작년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이래 헤즈볼라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선언한 채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로켓과 무인기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전투기 등을 동원해 레바논 내 헤즈볼라 시설 등을 보복 타격하는 등 양측은 1년 넘게 무력 충돌을 이어왔다.
이스라엘 측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이스라엘 사망자는 군인과 민간인을 통틀어 약 50명이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겨냥한 군사 작전은 헤즈볼라의 잦은 공격에 시달리며 피란민 신세가 된 자국 북부 주민 수만명의 귀환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초래된 이번 대량 피란민 사태로 과거 레바논 종파 분쟁의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10여개에 이르는 종파 별로 각각의 정치 세력을 구성하고 있는 레바논에서는 1975∼1990년 종파 간 갈등이 참혹한 내전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며 약 15만명이 사망하고, 수십만명이 주변국으로 피란해 난민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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