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AI로 주목받는 유연소자…인체와 쌍방소통 목표"

입력 2024-10-17 16:48  

"코로나19·AI로 주목받는 유연소자…인체와 쌍방소통 목표"
유연 전자소자 권위자 존 로저스 교수 인터뷰
제자 중 한국 교수 70명 '친한파'…"기초과학·공학 융합 실력 뛰어나"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이 원격 진단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또 인공지능(AI)의 발달로 많은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되며 인체 데이터를 얻는 유연 소자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연 전자소자 분야 대가인 존 로저스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17일 부산 벡스코에서 국내 기자들과 인터뷰를 갖고 인체와 결합하는 전자소자 분야의 주목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벡스코에서 열린 한국화학공학회 국제학술대회에 기조 강연자로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유연 전자소자는 전기가 통하는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해 만든 센서나 구동기 등을 뜻한다. 피부 등 인체에 부착하고 연결선 없이 무선 통신으로 땀이나 체온, 심장 박동 등 생체 데이터를 얻는 '바이오 일렉트로닉스'가 유연 전자소자가 쓰이는 대표적 영역이다.
로저스 교수는 무선으로 중환자실 영유아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기술, 작은 센서로 온도나 땀, 혈액 흐름, 운동, 압력 등을 측정하는 운동용 센서 등을 대표 연구 사례로 소개했다.
그는 영유아 모니터링에 대해 "현존하는 기술은 전선이나 테이프도 많고 검출기도 비싸지만, 유연 소자는 무선이고 몸에만 잘 부착하기만 하면 돼 응용도가 높다"고 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게토레이와 협업해 실시간으로 땀 속 이온을 측정해 얼마만큼의 게토레이를 마셔야 하는지 알려주는 패치 등을 개발했다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생체조직과 소자 간 쌍방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며 원격 치료에 활용할 뿐 아니라 저소득층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도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연 전자소자는 이처럼 다양한 응용 범위로 주목받고 있지만 진단시장 등 바이오산업에 진입하는 사례는 아직 많지는 않다.
이에 대해 그는 생산 공정상의 어려움과 시장 수용성이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요소라며, 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데 평균 10여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교수는 "구성품은 단단한 물질들을 쓰면서 분리되지 않고 유연성을 유지해야 하고 또 현존 공정을 활용해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또 의학계가 소자를 부착하는 모니터링 시스템 같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할 준비가 되었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코로나19로 많은 소비자가 원격 관찰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고,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많은 데이터를 다룰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저스 교수는 연구실 구성원 중 3분의 1이 한국인인 '친한파'다. 연구실을 거쳐 간 제자 중 70여 명이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이번 학회 기간에도 중에도 제자 20여 명과 만나 회포를 풀었다.
이에 대해 로저스 교수는 "강달영 연세대 교수가 연구실 첫 박사후연구원이었는데 열정적이고 집중력이 좋았다"고 회고하며 "이후 다른 학생들에게 입소문을 타고 영감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연구자들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며 "기초과학과 공학적 면을 잘 융합해서 현존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력이 있고 공동연구도 잘 적응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shj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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