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부터 운영 예정…문화콘텐츠·항공편 정보 담은 초대형 LED 설치
탑승장 양쪽 전통 정원·잔디밭 조성…스마트패스·자율주행으로 빠른 출국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 이후 항공사 재배치…30년 전 목표 '1억명 여객' 달성
(영종도=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출국장 양쪽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적힌 가림막이 있었다.
가림막 너머로 들어가자 처음 보는 또 하나의 넓은 출국장이 펼쳐졌다.
단연 먼저 눈에 띈 것은 호흡하듯이 천천히 움직이는 천장 구조물이었다.
벵골호랑이 등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의 움직임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 '더 이터널 스카이'다. 세계 각지에서 취합한 기상 데이터에 기반해 인공지능(AI)과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움직임을 연출한다.
구조물 아래에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마친 새 체크인 카운터가 줄지어 놓였다. 기존의 66곳에 더해 106곳이 올해 말부터 운영에 들어간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오는 12월께 공개를 앞두고 운영 준비 작업이 한창인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 지역을 지난 17일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공개했다.
제2터미널 확장은 지난 2017년 말부터 총 4조8천억원을 투입해 7년간 진행한 '인천공항 4단계 건설사업'의 핵심이다. 4번째 활주로를 신설하고, 계류장 75곳을 추가해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대응하고, 인천공항의 글로벌 허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제4활주로는 2021년 6월 먼저 건설을 마쳤다.
제2터미널에는 터미널 북서쪽으로 각 750m 길이의 '양 날개'가 달리면서 축구장 48개 크기, 연면적 34만㎡ 규모의 공간이 추가된다. 2018년 초 개항한 현재의 38만㎡ 규모에서 약 2배로 넓어지는 것이다.
확장 지역을 더한 제2터미널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알파벳 'H' 모양으로, 양 팔다리를 쭉 뻗고 하늘을 나는 로봇을 연상시킨다.
완전체가 된 제2터미널은 현재(2천300만명)의 2배가 넘는 연간 5천200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몸집을 불린다. 제1터미널과 탑승동(5천400만명)을 더한 인천공항의 여객 수용량은 연 1억600만명으로 늘며 동북아시아 1위이자 홍콩, 두바이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의 초대형 공항으로 거듭난다.
인천공항은 이번 확장을 통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글로벌 허브 공항으로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문화예술 공항' 위상을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찾은 제2터미널 출국장에는 가로 77m·세로 8m, 입국장에는 가로 60m·세로 6m의 새 초대형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이 존재감을 뽐냈다. 세계 공항의 전광판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다.
입국장 전광판에는 도착 예정인 비행편의 위치가 열기구 모양으로 나타났고, 출국장 전광판에는 한국 전통 건축물과 바닷속 풍경 등이 번갈아 표시됐다.
정지화 인천공항공사 스마트서비스팀장은 "자연, 미래, 문화, 한국, 사람들 등 5종 테마의 영상 콘텐츠를 통해 여객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탑승장 동편 끝부분의 '한국정원'에는 창덕궁 후원에 있는 정자인 승재정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정자가 놓였다. 정자는 소나무, 대숲, 연못과 어우러져 조선 시대 전통 정원으로 이동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편의 '열린정원'에는 잔디가 깔린 1천650㎡의 공간을 마련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릴 수 있도록 했다.
세계 공항 중 에어사이드(항공기가 이동하는 장소) 시설 내에 하늘을 볼 수 있는 야외 공간을 조성한 것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처음이다.
확장된 제2터미널은 다양한 문화시설뿐 아니라 이용객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최첨단 장치를 갖춘다.
여권, 탑승권을 꺼내지 않아도 얼굴 인식으로 출국장, 탑승구를 통과할 수 있는 '스마트패스'와 셀프 체크인·백 드롭 서비스를 확대한다. 이를 통해 체크인 시간은 10%, 탑승까지 걸리는 시간은 40% 줄인다.
수하물 처리시스템(BHS)의 태그 판독률은 고기능 광학문자 인식 기술을 적용, 현재 96%에서 99%까지 높일 예정이다.
아울러 출국심사를 마친 승객들이 각 탑승구로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제2터미널의 새 '날개'에는 60m 길이의 일반 무빙워크 6개와 130m 길이의 장거리 무빙워크 3개가 놓였다.
교통약자나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승객의 빠른 이동을 위해서는 현재 인천공항공사가 2대, 대한항공이 6대 운영 중인 터미널 내 수송용 차량의 증차를 검토한다.
또 인천공항공사는 현대차와 협력해 출국장 내 380m 구간에서 자율주행 직행 셔틀(AM)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종현 인천공항공사 4단계 운영준비단장은 "확장 사업으로 터미널 면적은 넓어졌지만, 체크인 지점부터 탑승구까지 최대 이동 거리는 1㎞로 긴 편이 아니다"라며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3.2㎞), 미국 애틀랜타 공항(2.2㎞),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1.8㎞)보다 짧고, 미국 뉴욕 JFK공항(1.1㎞)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기준 공정률은 전체 4단계 건설사업의 경우 98.7%, 제2터미널 확장 사업은 99.7%다. 현재 운영 개시 전 확인할 3천827개의 항목 중 약 3천600개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오는 30일에는 국토부 장관이 참관하는 3차 종합시험 운영을 통해 위기 상황 대응 역량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인천공항공사는 제2터미널 확장 구간에서 수하물 이중화 제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 전까지 총 20개월에 걸친 시운전을 이어가며 빈틈없이 준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18년 1월 제2터미널 개항 첫날 수하물처리시스템 이상으로 발생한 대규모 수하물 미적재 사고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운영 이후 항공사의 재배치가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자회사인 진에어는 제2터미널을,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은 제1터미널을 쓰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는 제2터미널에 배치할 예정"이라며 "기업결합이 (미국에서) 승인되는 대로 항공사와 협의해 신속히 배치·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차질 없이 재배치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YNAPHOTO path='AKR20241017151600003_08_i.jpg' id='AKR20241017151600003_0801' title='제2터미널 입국장' caption='[촬영 임성호]'/>
4단계 건설 사업이 마무리되면 인천공항이 처음 계획됐던 1992년부터 이어온 장기 목표인 '1억명 메가 허브 국제공항'이 마침내 달성된다.
김범호 인천공항공사 부사장 직무대행은 "4단계 건설은 2001년 개항 이후 23년, 건설 과정까지는 약 30년간의 노하우를 쏟아부은 가장 역점적인 사업"이라며 "한국 항공 산업의 자랑이자, 국민에게 사랑받는 인천공항이 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완벽한 운영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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