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 크게 못 줄이고 오히려 제조업 타격"
"물가 상승으로 중·저소득층 가정에 부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데 대해 미국 가계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무역 적자가 완화될 것'이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최대 20% ▲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 ▲멕시코 생산 중국 자동차에 100~200% 관세 등을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15일 시카고 경제클럽 주최 연설에선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표현하며 관세 부과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관세 부과는 강달러로 이어져 세계 시장에서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는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제조업에 오히려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역 상대국들의 보복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2018년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은 수입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면 제조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관세 인상이 무역 수지에는 미미한 영향을 미칠 뿐이며 실업률을 상승시킨다는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도 언급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켜 가계 생활비를 상승시킬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관세는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에만 부과되는 선택적 판매세와 마찬가지로, 결국은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시한 관세율을 적용하면 "물가 상승 효과가 2.88%이고 여기에 무역 파트너들의 보복 등이 더해지면 생활비 상승 폭은 3∼4%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러면서 관세는 주로 서비스보다는 상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한 가정의 총지출에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가정의 소득과 반비례하므로, 중·저소득층의 생활비를 더 많이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현재 수출하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덜 팔게 되므로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관세를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협정을 전 세계적으로 파기시켜 세계 시장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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