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 "이견 있지만 건설적으로 논의", 왕이 "양국 관계 새로운 출발점"
(런던·서울=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홍제성 기자 =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베이징에 도착해 이틀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가 지난 7월 출범한 이후 장관급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그는 왕이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영국은 항상 국가안보와 국익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며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분야가 있지만 이를 건설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누구도 (양국 관계의) 상황 악화나 더 큰 불안정에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양국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며 상대국의 우려 존중, 전략적 소통 강화, 새로운 단계로의 양국 관계 발전, 글로벌 도전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주문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이에 앞서 래미 장관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와 만났다.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인 딩 부총리는 회담에서 "중국과 영국은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주요 경제국"이라며 양국의 이익이 깊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스타머 영국 총리가 최근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간 교류·협력 강화에 합의한 사실을 거론한 뒤 "중국은 영국과 함께 전략적·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중·영 관계를 발전시키고 분야별 실무 협력 수준을 제고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래미 장관은 "영국의 새 정부는 중국과 함께 건설적인 대화와 허심탄회한 교류를 강화하길 원한다"며 각 분야의 협력 심화, 상호 존중하는 양국 관계 발전, 글로벌 도전에 대한 공동 대응 등을 추진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래미 장관은 이후 상하이를 찾아 중국 내 영국 산업계 인사들을 만난다.
영국 외무장관의 방중은 전임 보수당 정부 제임스 클레벌리 장관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양국 관계는 코로나19 사태와 홍콩 문제, 중국의 해킹 의혹 등으로 경색 국면이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9월 영국 의회 연구원이 중국 측 스파이로 활동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중국발 안보 위협이 커졌고, 중국도 올해 초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중국 국가기밀이 유출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영국 노동당 정부로선 4번째 교역국인 중국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안보 및 글로벌 현안과 같은 민감한 문제도 다뤄야 한다.
래미 장관은 외무부 성명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engagement)는 영국과 글로벌 이익을 뒷받침하는 데 실용적이며 필요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저지부터 글로벌 녹색 전환 지원까지, 우리는 영국 국익을 위한 협력의 영역뿐 아니라 논쟁(contention)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자주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총리실도 래미 장관이 "중국에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정치,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멈추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번 외무장관 방중으로 양국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방문으로 주요 외교적 합의를 이뤄내거나 관계 '리셋'(재설정)이 선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래미 장관은 중국 방문을 마친 뒤 21일 서울에서 제9차 한영 외교장관 전략대화에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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