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투표보다 7개 경합주 투표 결과에 관심이 쏠린 '독특한 시스템'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누가 파위네브미애즈갠(PAWINEVMIAZGANC)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인가'
미국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의 '데일리쇼'의 간판 진행자인 코미디언 존 스튜어트는 지난달 10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첫 TV토론에 대해 평가하면서 미국 대선을 'PAWINEVMIAZGANC' 선거로 비꼬았다.
PAWINEVMIAZGANC은 미국 대선의 승패를 결정하는 7개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PA), 위스콘신(WI), 네바다(NEV), 미시간(MI), 애리조나(AZ), 조지아(GA), 노스캐롤라이나(NC)의 영어 약자를 붙여서 만든 것이다.
그는 그러면서 그 외 나머지 주를 이웃 국가인 '아무도 신경 안 쓰는 나라(NoOneGivesAShitistan)'라고 불러 방청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미국 내에 더 많은 정치 권력을 가진 일부 주(州)가 존재한다는 뼈있는 농담이 나오는 것은 미국의 독특한 대선 시스템 때문이다.
한국 등 다른 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미국은 주별로 대표성과 인구에 비례해 배정된 538명(상원의원수 100명+하원의원수 435명+수도 워싱턴 DC 대표 3명을 의미)의 선거인단 가운데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승리하는 사람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구조다.
유권자들은 투표를 통해 대통령이 아닌 선거인단을 뽑게 되는데 네브래스카와 메인주 외에 다른 곳은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 전체를 갖는 승자독식 구조다.
여기에서 경합 주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텃밭인 주(州)의 경우 각 당 후보의 선거인단 확보가 사실상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선거분석 사이트 '270투윈'에 따르면 현재 해리스 부통령은 226명, 트럼프 전 대통령은 219명의 선거인단을 사실상 확보한 상태다.
결국 대선은 경합주 7곳의 선거인단 93명이 결정하게 되며 미국 언론의 승패 시나리오 전망도 이들이 어떻게 쪼개지느냐를 토대로 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올해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경합주 중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경합주만 집중적으로 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한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가령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에서 공화당 후보 지지표는 사실상 사표(死票)다.
나아가 구조적으로는 일반 투표(popular vote)와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일반 투표에서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에 비해 300만표 정도 적게 받았으나 주별로 계산되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0년 대선 때도 민주당 앨 고어 당시 후보가 일반 투표에서는 이겼으나 선거인단 확보에서 밀리면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이런 시스템은 미국이 연방제 국가로 건국되는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지만, 사실상 국민 전체의 민의를 투명하게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이유로 일부 유권자들은 사실상 대선에서 소외되고 있다.
워싱턴 DC에 거주하다 지난해 인근 메릴랜드주(두 지역 모두 민주당 강세 지역)로 이사한 한 지인은 이를 두고 "내가 어떻게 투표하든 대선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면서 "좌절감을 느낀다"(feel frustrated)고 말하기도 했다.
대학원 등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는 그러면서 정치권이 개헌을 통해 현재와 같은 대선 제도를 바꾸지 않은 배경 이유에 대해서는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이 제도가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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