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의의 순간"…독일서 유럽 정상들과 고별회동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미국과 영국·프랑스·독일 정상은 18일(현지시간)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사망을 계기로 이스라엘 인질들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고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오후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하고 이같이 논의했다고 독일 총리실이 전했다.
4개국 정상은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귀환과 가자지구 민간인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레바논과 이스라엘 접경지대 민간인들의 안전한 귀환을 위한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거듭 규탄하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러시아 동결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숄츠 총리와 양자 회동에 앞서 "어제 하마스 지도자의 죽음은 정의의 순간이었다"며 "하마스 없는 가자지구의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회동을 마치고 출국길에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제한 해제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합의가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 지원국들은 응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분쟁과 관련해 레바논의 휴전을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가자지구에서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언제, 어떻게 보복할지 알고 있다면서 "얼마 동안 분쟁을 끝내는 방식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을 다룰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내년 1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독일을 방문해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을 재확인하는 성격이 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독일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국가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투쟁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자"라며 "우크라이나가 혹독한 겨울을 앞둔 만큼 우리는 결연한 의지와 헌신,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란에 대한 공동제재, 러시아와 서방의 죄수 맞교환 등을 언급하며 "양국의 강한 유대 없이 유럽과 전 세계의 안정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숄츠 총리는 "지난 금요일 방문이 계획돼 있었지만 끔찍한 허리케인으로 연기해야 했다. 이렇게 빨리 만회할 기회를 얻어 기쁘다"며 "대서양 단합과 우정의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독일 대통령 관저 벨뷔궁에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으로부터 독일 최고 훈장인 '연방공화국 특급 대십자 공로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이 훈장을 받은 미국 대통령은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뿐이었다고 독일 ARD방송은 해설했다.
전날 오후 10시께 베를린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떠나 독일에 머무른 시간은 약 19시간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허리케인 밀턴으로 자국 피해가 커지자 지난 11∼12일 계획한 독일 방문을 미뤘다. 그는 당초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리는 장관급 협의체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 직접 참석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서방 정상들에게 이른바 '승리계획'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이 회의를 기다렸으나 무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초청과 장거리 무기 사용제한 해제를 핵심으로 하는 승리계획을 설명했으나 별다른 반응을 얻지는 못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국 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에서 백악관 팀을 기다리고 있다"며 미 당국자들이 곧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승리계획에 대한 피드백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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