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서 韓전문가 탄생한다…현지대학 한국학 전공·연구 활발

입력 2024-10-20 07:30   수정 2024-10-20 13:43

영국서 韓전문가 탄생한다…현지대학 한국학 전공·연구 활발
전공자 각계 진출 활동…교수진, 韓 알리기 문화 외교관 역할도
'한강 번역' 칼손 런던SOAS 한국학소장 "전세계 한국학 구축에 역할"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을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린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처럼 영국인이 한국학을 전공해 졸업 후 각계에 진출하는 것이 드물지 않은 일이 되고 있다.
옥스퍼드대, 셰필드대, 요크세인트존대, 센트럴랭커셔대 등이 한국어·한국학 학사 또는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며, 한국학 교양 강의나 한국어 수업을 운영하는 대학도 많다.
그중에서도 런던대 SOAS는 교수진이나 학생수 등 규모가 커 선도적 역할을 한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한국사와 한국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진이 있고 예술고고학부 교수가 한국 예술을 연구하는 등 한국학자가 아니더라도 한국을 연구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 대학 한국학 소장인 안데르스 칼손 교수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만나 "예전에는 일본학, 중국학 학생이 많고 한국학은 적었는데 이제는 일본학과 한국학이 비등한 수준"이라며 "학교 내에서 한국학의 입지가 매우 좋은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칼손 교수는 "매년 새로운 학생 50명이 공부를 시작한다"며 "의사소통할 수 있고 다양한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기에 이들은 졸업후 학계뿐 아니라 기업, 비정부기구(NGO),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고 번역 일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 중에는 영국인은 물론이고 미국이나 아시아 각국 출신 학생도 많다. 졸업생들은 영국뿐 아니라 덴마크,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칼손 교수는 "SOAS가 전 세계에 걸쳐 한국학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 출신 학생들이 와서 박사학위를 받고 자국으로 돌아가 교수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학 연구가 언어, 역사, 정치, 사회, 문화 등 다각적으로 이뤄지면서 학문의 다양성이 높아지고 국제적 연구 교류가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조지은 옥스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런던 뉴몰든에서 남북한 출신 MZ세대가 쓰는 한국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 데이터화하는 '남북한 언어 지도'를 만드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예지 요크세인트존대 교수는 최근 영국 국립의학학술원으로부터 한국의 영어 공부 과열과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연구하는 과제를 수주해 연구에 돌입했다.
한국학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와 연구진은 영국에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앞장서는 문화 외교관의 역할도 한다.
칼손 교수는 올가을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영국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역사 스페셜'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영화 '사도'를 통해 영조와 사도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영조는 왜 사도를 뒤주에 가뒀나'와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이달 16일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배경인 제주 4·3 기록물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런던에서 열렸을 때도 SOAS의 오언 밀러 교수와 니콜라이 욘센 연구원이 제주 4·3 기록의 중요성을 다각도로 접근하는 발표를 했다.
칼손 교수는 "K팝이나 K드라마 등에 관심이 많지만, 여기에만 집중하지 말고 젊은이들에게 한국에 관한 다른 것에 대해 배울 기회를 줘야 한다"며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별 수업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주영 한국문화원은 한국어·한국학 전공을 개설한 대학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대학과 연계한 지역 축제 '한국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1979년부터 한국어와 한국학 과목을 운영해온 셰필드대가 있는 셰필드에선 올해 5월 K팝 댄스, 한국어 영상대회, 한복·서예체험 등을 진행했고, 6월엔 옥스퍼드에서 옥스퍼드대 졸업생과 대학원생 등이 모여 '한인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했다.
문화원은 내년에는 제32회 유럽한국학회(AKSE)가 에든버러대에서 열리는 만큼 에든버러에서 '한국의 날' 축제를 열 계획이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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