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 마감일 주가 82만원→79만원 '비정상' 의심
매도 경로 등 단서 불명확해 규명 난항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쟁점인 '시세조작' 의혹에 증권가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조작 여부가 드러나면 고려아연 분쟁의 돌발 변수가 될 수 있지만, 초기 단서가 아직 불명확해 당국의 조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후 1시15분께 82만원까지 올랐다가 급락해 77만9천원 바닥을 치고 79만3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당시 MBK·영풍은 주당 83만원으로 공개매수를 했고,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에 맞서 이보다 훨씬 비싼 89만원에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누군가가 MBK·영풍에 유리하도록 회사 주가를 내리고자 비정상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고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프로그램 매매라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패턴이 차트에서 계속 보였다. 특정 가격이 유지되면 갑자기 매도가 쏠려 가격이 더 내려가는 형태도 반복해 나타나 금융당국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당일 고려아연을 최다 순매도한 시장 참여자는 개인으로 658억여원을 팔았다. 연기금 등이 150억원, 보험과 투신 회사가 각각 약 100억원을 매도했다. 금융투자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727억과 245억을 매수했다.
업계에서는 시세조작과 관련한 세부 정황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가 길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KRX 자료를 보면 이날 주요 증권사 창구별로 고려아연의 순매도량은 NH투자증권이 7천432주, 미래에셋증권 1만5천663주, 한국투자증권 1만3천150주, 삼성증권 1만1천930주, 신한금융투자 5천402주 등이었다.
주가조작에 악용된 매도 경로가 당장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MBK·영풍과 고려아연 양측의 공개매수는 투자자마다 세금 등 이익 계산이 복잡하다"며 "각자 다른 셈법에 따라 매도·매수가 대거 몰린 셈인데, 여기서 비정상 거래를 찾아내는 것이 조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이 기업가치를 낮추고 독단적으로 운영해 지분 확대로 회사 주도권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이 단기 이익을 노린 '적대적 M&A'를 벌이고 있으며, 공급망 안정과 고용 유지 등을 위해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아연 제련 업체이며, 황산니켈과 동박(얇은 구리판) 등 이차전지 소재도 만든다.
MBK·영풍은 14일 끝난 공개매수로 5.34% 지분을 추가 확보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최 회장 및 우군 진영의 지분 33.99%을 웃돈다. 앞으로 양측은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앞두고 지분 매입과 여론전을 계속할 것으로 관측된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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