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적자, '코로나 대응' 2020·2021년 제외하면 최대…이자 비용 29% 급증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의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연방 재정적자 규모가 코로나19 확산 당시였던 2020·2021 회계연도를 제외하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가 전년 1조6천950억 달러(약 2천321조원)보다 8%가량 많은 1조8천330억 달러(약 2천510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회예산국(CBO)이 이달 초 내놓은 추정치와 같은 수준이다.
미국의 회계연도별 재정적자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는 1조 달러를 밑돌았지만 2020년 3조1천320억 달러(약 4천289조원), 2021년 2조7천700억 달러(약 3천793조원)로 급증한 바 있다.
이후 2022년 1조3천700억 달러(약 1천876조원)로 줄어들었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3·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각각 국내총생산(GDP) 대비 6.2%, 6.4%에 이른다. 경기 침체나 세계적 전쟁이 없는 상황에서 이 수치가 6%를 넘기는 것은 이례적이다.
고금리에 따른 이자 비용 증가와 정부 프로그램 지출 등이 재정적자 확대를 주도했다.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은 전년 대비 29%가량인 약 2천540억 달러(약 347조원) 증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약 1조1천330억 달러(약 1천551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3.93% 수준으로 1998년(4.01%) 이후 최고 수준이다.
소셜시큐리티(노령연금) 지출은 전년 대비 7% 늘어난 1조5천200억 달러(약 2천81조원),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험) 지출은 4% 늘어난 1조500억 달러(약 1천438조원), 국방 지출은 6% 증가한 8천260억 달러(약 1천131조원)였다.
다음 달 5일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미국의 재정 적자가 줄어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당파 비영리기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 이행시 미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각각 7조5천억 달러(약 1경271조원), 3조5천억 달러(약 4천793조원)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미 재무부 측은 연방대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 등과 관련해 수치를 조정할 경우, 2024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4% 정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의 예산안이 법인세와 부유층 세금 증가 등을 통해 적자 규모를 향후 3조 달러(약 4천108조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 재무부의 이번 발표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공공 부채가 올해 연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100조달러(13경6천950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우려한 가운데 나왔다.
IMF는 21일 미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를 앞두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GDP 대비 공공 부채 비중이 연말까지 93%를 기록하고 2030년까지 100%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저성장과 높은 부채 문제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장래가 어두울 수 있다면서 "(경제적) 충격은 분명히 올 것이며, 예상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달 말 내년 예산안 발표를 앞둔 영국의 경우 8월 말 기준 공공 부채가 GDP 대비 100.0%로 추산됐으며, IMF는 앞서 부채 문제가 안정화되지 않을 경우 시장 역풍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영국에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5일께 프랑스의 신용등급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인데, 현재 프랑스의 신용 등급이 경쟁국들 대비 높은 만큼 시장에서는 프랑스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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