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총리가 유엔서 계획 밝혀…이슬람 분파 벡타시 기반 도시국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알바니아가 주민 10명만이 거주하는 '무슬림판 바티칸'을 수도 안에 창설할 계획이라고 영국 더타임스 등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는 유엔에서 수도 티라나 안에 이슬람의 한 분파인 '벡타시' 기반의 새 주권 국가를 만들고 "온건과 관용, 평화로운 공존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벡타시는 13세기 창설된 수피(이슬람 신비주의 계열) 종단으로 오스만 제국의 정복으로 발칸 반도와 알바니아에 들어왔다.
이후 오스만 제국 지배 당시 알바니아 민족주의 운동의 중심이 됐다.
벡타시는 음주를 허용하고 남녀가 평등하다는 이념을 갖고 있으며 기독교 등 다른 종교적 요소도 수용하는 자유로움이 특징이다.
알바니아 인구 240만명 중 약 50%가 무슬림이며 나머지는 가톨릭과 정교도 등이다. 가장 최근의 인구 조사에 따르면 벡타시 무슬림은 전체 무슬림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획 중인 벡타시 도시국가의 면적은 0.11(㎢)로 세계 최소국 바티칸 시국(0.44㎢)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주민은 성직자 등 10명으로 제한된다.
벡타시의 종교 지도자인 바바 몬디가 새 국가의 수반이 될 전망이다.
현재 관련 법무팀이 새 국가의 주권적 지위를 규정하는 법률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 법안이 만들어지면 알바니아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법무팀은 바티칸시국의 사례를 참고해 새 벡타시 국가를 창설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1933년 몬테비데오 조약 등에 따르면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항구적인 주민, 일정한 영토, 정부, 외교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등을 갖춰야 한다.
새 국가 창설 계획과 관련해 재정 고문을 맡고 있는 니크 그레즈다는 "바티칸시국은 1929년 설립된 이후 성공 사례로 남았고, 그것이 우리가 목표하는 바"라고 말했다.
경복궁 면적의 1.3배에 불과해 현존하는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시국은 교황이 통치하는 로마 가톨릭의 본산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관통하는 테베레강 서안 바티칸 언덕 부근에 자리해 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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