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5조원대 K-9·천무 '韓금융지원' 없이 자체구매할 듯

입력 2024-10-22 06:01   수정 2024-10-22 17:10

폴란드, 5조원대 K-9·천무 '韓금융지원' 없이 자체구매할 듯
소식통 "유럽서 자금 조달 추진"…안보위기 속 '적기 도입' 중시
폴란드 대통령, 국빈방한 기간 K-9·K2 생산라인 시찰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폴란드가 K-9 자주포와 다연장 로켓 천무 등 총 5조원대에 달하는 한국산 무기를 한국 정부의 수출 금융 지원 없이 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복수의 방위산업 소식통들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의 일환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K-9 자주포 152문과 천무 72대를 구매하기로 하고 유럽계 글로벌 은행과 자금 마련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폴란드 정부는 2차 계약 일환으로 작년 12월과 지난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9 자주포 152문, 천무 72대 구매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당시 발표된 각 계약 규모는 3조2천억원, 2조2천억원이었다.
이들 계약에는 올해 11월까지 양국 당국 간 별도의 금융 계약이 체결돼야 효력이 발행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협의가 이어졌지만 앞서 이뤄진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과 관련한 수출 금융 지원으로 한국 정부의 추가 대(對)폴란드 수출 금융 지원 여력에 제한이 생기면서 합의점 도출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계는 대안으로 한국 시중은행들을 통한 민간 '신디케이트론'도 제시했지만, 폴란드 측은 조달 금리가 더 낮은 당국 간 차원의 금융 계약을 강하게 희망해왔다.
앞서 폴란드가 1차 계약을 체결할 때도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계약액의 80%가량인 100억달러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 계약은 정부 간 계약(G2G) 성격이 강하고 수출 규모도 커 수출국에서 저리의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한국 정부의 금융 지원을 요구하던 폴란드가 자체 자금 마련으로 방향을 튼 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자국 안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방력 강화 일정표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부분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하면 자국이 서방과 러시아의 최전선이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최근 수년간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폴란드가 느끼는 안보 위기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방산 전문가인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폴란드는 러시아와 인접하고,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 안보 위협을 크게 느끼고 있어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한국 외에는 가성비 높은 방산 제품을 원하는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없어 서로 윈윈"이라고 말했다.
폴란드가 2차 계약의 시작인 K-9 자주포, 천무 구매 관련 한국의 수출 금융 요구를 일단 접은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한국이 폴란드를 포함해 추가 대형 방산 수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방산 수출 금융 지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잭폿'에 비유되는 초대형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그해 8월 총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계약 서명이 우선 이뤄졌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이후 작년 12월부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152문을 시작으로 2차 계약 차원의 개별 계약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본계약에서 K2 전차 1천대를 공급하기로 한 현대로템의 경우 1차 계약에서 우선 180대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820대 규모의 대규모 2차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측은 K2 전차 등 나머지 2차 계약 추진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금융 지원을 여전히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연구위원은 "과거 방산 수출이 건별로 수천억원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10조∼20조원으로 단위가 달라져 수출 금융이 요구될 때 준비가 필요하다"며 "수은 자본 확충 외에도 민간 신디케이트론 확보, 정부의 금리 보전 제도 도입 등 대규모 수주를 뒷받침할 체계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오는 25일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의 경남 창원 사업장을 방문, 자국이 수입한 K-9 자주포와 K2 전차 생산라인을 시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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