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두산밥캣 분할 합병에 행동주의펀드 타깃 대응도 관건
일부 주주 "여전히 주주에 불리"…신용평가 관리 필요성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두산그룹이 21일 사업구조 재편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다만 일반 주주들과 행동주의 펀드의 향후 행보에 따른 대응은 물론 금융당국의 제동 가능성 등을 과제로 남겨놓고 있다.
두산은 원전과 로봇 등 미래사업 동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 재편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소액주주는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두산그룹은 이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이사회를 각각 열고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옮기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의결했다.
이사회에 이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 최고경영진은 직접 사업 재편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주주, 시장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3사 대표는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작업만 마무리해도 차입금 7천억원 감소를 포함해 1조원 상당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투자 여력을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수소 터빈 등에 즉각 투입하겠다고도 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두산밥캣과의 시너지를 통해 2030년 약 12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농업·건설 분야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추진 중인 3대 사업 부문은 ▲ 두산에너빌리티를 주축으로 한 에너지 ▲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중심의 기계 부분 ▲ 두산테스나를 축으로 한 반도체·첨단소재 부문이다.
이 중 에너지와 기계 부분을 두산의 핵심 사업으로 삼아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두산그룹 안팎의 제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을 겨냥해 주주 환원책을 요구하며 사업 재편에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다는 태세다.
얼라인은 최근 400억원대 자금을 투입해 두산밥캣 지분을 1% 넘게 확보한 뒤 두산밥캣에 주주 서한도 발송했다.
이 서한에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재추진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공표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얼라인은 "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을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밸류업 플랜을 연내 발표하라고도 촉구했다.
두산 측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주주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개 선언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계획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일자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에 걸쳐 두산 측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산의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 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소액 주주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필요한 대목이다.
이날 두산의 주주 친화적 행보에도 온라인에서는 "두산밥캣이 저평가됐다", "재편안이 여전히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일부 주주의 목소리도 나왔다.
소수주주 의결권 플랫폼 '액트'는 한때 두산의 개편안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이하 S&P)를 포함한 대내외 신용평가도 신경 써야 할 요인이다.
S&P는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 철회에도 두산밥캣을 여전히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S&P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이 있어야 하는 점, 두산밥캣이 재무적 지원에 나설 경우 신용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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