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배터리는 미래의 광산"…폐배터리서 희소금속 '쏙쏙' 벤츠 공장

입력 2024-10-22 07:40   수정 2024-10-22 20:41

[르포] "배터리는 미래의 광산"…폐배터리서 희소금속 '쏙쏙' 벤츠 공장
유럽서 첫 기계식·습식 통합공정…효율 높여 99.9% 고순도 금속 추출
24시간 근무로 품질 체크…"2039년 전 영역 탄소중립"



(쿠펜하임[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배터리 모듈을 여기 이렇게 올려 두기만 하면 자동으로 배터리 재활용 공정이 시작됩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개관식을 한 독일 자동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로비.
롭 할로웨이 벤츠 승용차·밴 부문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총괄이 컨베이어 벨트 위 은빛 상자처럼 생긴 배터리 모듈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모듈에는 '미래의 원료'라고 적힌 패널이 붙었다.
서서히 거대한 파쇄기 속으로 옮겨진 모듈은 다양한 물리·화학적 공정을 거쳐 전기차에 투입할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고순도의 희소금속으로 탈바꿈한다. 모듈을 컨베이어 벨트에 올리는 순간부터 나흘이면 모든 공정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벤츠는 22일 정식 가동을 앞두고 첫 자체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글로벌 언론사 취재진에 공개했다.
공장은 벤츠 본사에서 서쪽으로 차로 약 2시간가량 달리면 나오는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작은 도시 쿠펜하임의 외곽에 있다. 지난 2009년 들어선 벤츠 차체 공장이 지난해 초부터 리모델링을 거쳐 재탄생한 곳이다.
기존의 폐배터리 공장과 다른 점은 바로 '기계식·습식 야금' 통합 공정을 갖췄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배터리 셀을 조각내는 공정에 더해 황산을 이용, 원하는 금속을 추출하는 습식 공정을 결합해 자원 회수율은 높이고 에너지 사용량은 낮춘 방식이다. 유럽에 이런 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들어선 것은 처음이다.



컨베이어에 올라온 모듈은 이내 산산이 조각난다.
공장 소개를 맡은 마누엘 미헬 배터리 재활용 총괄은 "배터리를 파쇄하기 전에 완전히 방전됐는지 확인하고, 곧장 액체 냉각으로 열을 식히기에 화재나 폭발 등의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곧이어 배터리 부스러기에 강한 바람을 불면 굵은 입자는 무게에 따라 플라스틱, 구리, 알루미늄 등으로 분리된다. 자석을 이용한 전자 분리 방식으로 철은 따로 가려낸다. 이렇게 네 종류의 물질은 공장 1층의 포대 속에 각각 차곡차곡 쌓여 따로 재활용된다.
보다 입자가 고운 나머지 물질은 진공 드라이와 2차 분쇄 또는 여과를 거쳐 검은색 분말인 이른바 '블랙매스'로 탈바꿈한다. 이 블랙매스가 바로 희소금속을 뽑아낼 수 있는 원석 같은 존재다.



블랙매스는 파이프를 따라 총 100개의 원통 모양 저장고로 나뉘어서 모인다. 황산으로 융해돼 각각 황산코발트, 황산망간, 황산니켈, 황산리튬이 된 용매에 후처리를 거치면 99.9% 이상 고순도의 리튬과 코발트 등 희소금속이 추출된다.
록사나 마리아 트루타 배터리 재활용 공정 개발 담당 매니저는 "습식 공정을 통해 투입된 물질의 질량 기준 96%의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며 "건식으로는 어려운 리튬 추출 효율성도 높이는 등 회수율을 기존 방식보다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여나 재활용 과정에서 불순물이 검출되지 않도록 3개조로 24시간 근무하는 제품 관리자들이 샘플링을 통해 품질 체크를 쉬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근무 인력은 50명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벤츠는 재활용 공정에 투입하는 배터리의 대부분을 연구개발(R&D) 부서에서 사용한 벤츠 차량의 배터리로 조달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시험 가동을 하고, 이 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를 활용해 향후 배터리 처리량을 늘리는 한편 공장 증설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년에 처리할 수 있는 폐배터리는 2천500t. 여기서는 5만개의 배터리 모듈을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의 희소금속을 뽑아낼 수 있다.
이렇게 얻은 물질을 전기차 배터리 수리나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벤츠 역시 다른 주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처럼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는 내재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체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갖춘 경우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중 벤츠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전 과정을 완성, 자원 순환성과 지속가능성을 달성하며 2039년까지 기술 개발부터 원자재 수급, 생산, 서비스 등 모든 영역에서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비전 '앰비션 2039'을 실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요르그 부르저 벤츠 생산·품질·공급망관리 총괄은 "벤츠는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배터리에서 귀중한 원자재를 가장 높은 순도로 회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배터리 재활용 공장은 벤츠의 유럽 내 차량 생산 네트워크의 역할을 강화할 뿐 아니라 배터리를 미래의 '지속가능한 광산'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YNAPHOTO path='AKR20241022010400003_07_i.jpg' id='AKR20241022010400003_0701' title='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 보도' caption='(슈투트가르트[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22일(현지시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주도 슈투트가르트 지역 일간지 '슈투트가르트나흐리튼' 산업면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 소식이 보도됐다. <br>헤드라인은 '올라프 숄츠(독일 총리)와 블랙매스'로, 사진 속 인물은 전날 열린 공장 개소식에 참석한 숄츠 총리(왼쪽)과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최고경영자(CEO). 2024.10.22 sh@yna.co.kr'/>
s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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