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점 지역구 40곳 공략…"저런 사람들한테 나라 맡겨선 안돼" 대야 비판수위 높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연립 여당 공명당과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자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간부는 지난 21일 밤 회의를 열어 20개 광역자치단체 지역구 40곳을 중점 지역구로 정해 집중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그날 자로 후보자들에게 보낸 긴급 통지문에서 "죽기 살기로 전국을 누비겠다"며 절박감을 나타냈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2012년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으로 탈환한 이후 지켜왔던 과반 의석수가 붕괴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이시바 총리의 대(對)야당 공세 발언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고 요미우리는 짚었다.
그는 전날 혼슈 중부 아이치현 도요타시 유세에서 "악몽과 같은 민주당 정권이라고 하지만,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매우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현 고마키시에서도 민주당 후신인 제1야당 입헌민주당을 겨냥해 "저런 사람들에게 이 나라를 맡겨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시바 총리가 언급한 '악몽과 같은'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민주당을 공격할 때 자주 사용했던 표현이다.
이와 관련해 교도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2019년 같은 발언을 했던 아베 전 총리를 비판했던 적이 있다"면서,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변절'이라는 지적이 다시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2019년 2월 "과거에 끝난 정권을 인용해 '자신들(자민당)은 옳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라며 아베 전 총리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총리의 공세에 맞서 입헌민주당은 자민당 약점으로 지목되는 '비자금' 문제를 중심으로 여당에 대한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전날 사이타마현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대(자민당)도 상당히 위기감을 갖고 있다. 지금부터 승부"라며 의욕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최근 선거 판세를 분석해 자민당 의석수가 현재 247석에서 크게 줄어 중의원 과반인 233석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이 크며,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을 달성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19∼20일 전국 유권자 약 3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 의석수는 50석 정도 줄고 공명당 의석수도 기존 32석에서 30석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도 자체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자민당과 공명당 연합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이 여당 의석수 과반 붕괴 등을 염두에 두고 연정 틀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데 대해 주요 야당은 전날 부정적인 견해를 잇달아 나타냈다.
자민당과 정책 방향성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비자금 문제 등에서 자민당 입장에 찬성할 수 없다면서, 다만 정책은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유신회 오토키타 슌 정조회장도 "정권을 구성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말했다.
입헌민주당 노다 대표는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그 대상인 정당과 짝이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연정에 합류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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