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의원 "당시 경찰 간부, 정보 입수 후 방관" 주장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좌파 성향 아누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이 이끄는 스리랑카의 새 정부가 2019년 약 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국 내 폭탄테러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EFE통신 등에 따르면 새 정부의 비지타 헤라트 대변인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사건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한 전직 국회의원의 발언에 따른 것이다.
우다야 감만필라 전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발생 당시 경찰청 범죄수사국(CID) 국장이던 라비 세네비라트네가 테러 정보를 입수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현재 공공안보부 차관을 맡고 있는 그를 즉각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만필라 전 의원은 자신의 발언 내용은 전임 라닐 위크레메싱게 대통령 지시로 실시된 조사 결과 보고서 2건에 담겨 있다면서 이들 미공개 보고서는 지난달 대선 직전에 입수했다고 덧붙였다.
부활절이던 2019년 4월 21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교회 세 곳과 관광호텔 세 곳에서 동시에 벌어진 자살폭탄 공격으로 외국인 42명을 포함해 269명이 숨지고 500명가량이 부상했다.
이후 정부는 조사를 통해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와 연관된 국내 테러단체 소속 자국인 8명이 범인이라고 밝혔으나, 진실 규명에 실패했다는 야당과 종교계 등의 재조사 압박에 시달려왔다.
이런 가운데 영국 방송사인 채널4가 스리랑카 테러단체와 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한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 간 만남을 주선했다는 주장이 담긴 한 남성과의 인터뷰를 지난해 9월 방영했다.
당시 테러는 2019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발생했는데, 정보기관이 라자팍사 당시 대선 후보의 승리를 위해 테러단체와 비밀 회동해 음모를 꾸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보도 취지였다.
이에 지난해 위크레메싱게 당시 대통령은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라자팍사 당시 후보는 부활절 테러 이후 국가 안보를 지켜내겠다고 공약한 게 먹혀들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경제정책 실패 등으로 2022년 국가부도(디폴트)를 내고 대규모 항의 시위대에 밀려 해외로 도주했다가 하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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