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압박이 계속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U옵서버에 따르면 푸케 CEO는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블룸버그가 주최한 행사에서 "지정학적 상황을 보면 미국이 동맹국들에 더 많은 통제를 가하라고 계속 압박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ASML이 유럽의 기술 부문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면서 "회사는 6천개의 고도로 전문화된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80%는 이웃 국가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ASML의 장비 제조에 필요한 광학 렌즈, 레이저 기술 등을 공급하는 독일의 자이스, 트럼프(Trumpf) 등이 포함된다고 EU옵서버는 설명했다.
ASML에 대한 미국발 수출통제 조치가 결국에는 유럽의 다른 기술제조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푸케 CEO는 EU 차원에서 미국의 수출통제에 대응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압박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그는 "EU 정상들이 산업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논의하고 싶다"며 "그렇게 되면 유럽 국가들과 네덜란드에 무엇이 좋은지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기업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한다. 한국의 삼성전자나 대만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가 애플의 스마트폰이나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ASML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ASML은 업계 내에서 '슈퍼 을'로 불렸지만 최근 시장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예약실적 등 실망스러운 실적을 내놓으면서 지난 15일 주가가 16% 급락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19년부터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대해 중국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미국 압박에 신형 심자외선(DUV) 장비에 속하는 NXT 2000i 이상급 모델에 대해서도 정부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고, 지난달에는 ASML 구형 장비에 대해서도 같은 조처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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