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 "증거있다" 첫 확인…韓국정원 발표 닷새만
韓에 우크라 무기공급 요청 가능성…EU 추가제재 속도낼 듯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미국이 러시아에 북한의 병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확인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의 대응에 시선이 모인다.
유럽이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이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로 전환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구도에 중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방문 중 기자들에게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북한의 파병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정보원이 북한군의 파병을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미 국무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한국의 정보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면서도 "자체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오스틴 장관 언급을 고려하면 파병 여부 확인을 위한 '자체 평가'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나토 주축인 미국은 구체적인 관련 정보를 나토 회원국들과도 공유할 것으로 보여 나토 유럽 회원국도 조만간 확인 절차를 밟아 사실 관계를 확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정보 공유를 위한 대표단 파견을 요청했으며 대표단이 내주초 나토를 방문한다고 전날 전했다.
나토는 아직 신중론을 고수하면서도 확인 시 '중대 긴장 고조'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당사국 외 제3국의 첫 병력 참전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나토는 우선 무기 지원 확대에 속도를 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는 지난 7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훈련을 조율하기 위한 '우크라이나 안보지원·훈련'(NSATU)이라는 명칭의 새 협의체를 출범해 이미 가동 중이다.
한국이 북한 파병에 공격용 무기까지 공급할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나토가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나토는 그간 살상무기 지원을 둘러싼 한국 내 민감한 여론을 고려해 한국에 직접적 요청을 자제해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앞으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고 그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무기)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미국 행보에 발맞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을 향한 우크라이나의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연일 북한의 파병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하면서 자체 확보한 구체적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모든 파트너가 이 도전에 주저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패트리엇 등 방공체계 추가 지원을 비롯해 미국, 영국에 장거리 미사일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해왔다.
북한의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기로에 놓이면서 유럽에서 맞파병론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나토가 처음부터 '나토는 전쟁 당사자가 아니다'라며 파병에 선을 그었고, 러시아와 직접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실제 파병 가능성은 현재로선 작다는 쪽으로 전망이 기운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