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재평가 요구…"나치 탄압 연상" 지적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극우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자국 예술학교이자 건축·디자인 사조인 바우하우스(Bauhaus)를 느닷없이 공격하고 나섰다. 과거 정권을 잡은 뒤 바우하우스를 '타락한 예술'로 규정하고 박해한 나치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시사매체 슈피겔 등에 따르면 작센안할트주 AfD는 최근 '모더니즘의 오류'라는 제목으로 바우하우스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주의회에 제출했다.
AfD는 "차갑고 쌀쌀맞고 매력 없는 건축의 죄악",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추악함의 극치" 등 격한 표현을 써가며 바우하우스 유산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
AfD의 비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우하우스 데사우 캠퍼스 100주년을 맞아 내년에 작센안할트주에서 열리는 기념행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919년 현재의 튀링겐주 바이마르에 개교한 예술학교 바우하우스는 1925년 작센안할트주 데사우로 옮겼다. 1932년 베를린으로 다시 이전했다가 이듬해 나치에 의해 폐교당했다. 추상미술의 선구자 파울 클레와 바실리 칸딘스키 등이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강령은 근대 서양 건축과 디자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AfD는 바우하우스의 급진적 단순화가 인간을 주변 환경으로부터 소외시켰으며 공산주의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AfD가 나치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슈테판 게브하르트 좌파당 문화정책 대변인은 "AfD의 논리는 1993년 바우하우스를 문 닫게 한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클라우디아 로트 문화장관(녹색당)은 "AfD가 어떤 수준인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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