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참사 설계자' 신와르 제거에도 승리 선언 대신 공세 지속
"네타냐후, 전쟁 끝낼 유인 없다…더 유리한 환경조성 기다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하고도 가자 전쟁을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그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추측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그가 내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하는데 베팅한 채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길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CNN 방송은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여러 전선에서 전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누구도 네타냐후의 '엔드게임'이 무엇인지 모른다' 제하의 기사에서 이스라엘 정치·외교 전문가들을 인용, 현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소속 정치학자 게일 탈시르는 네타냐후 총리의 입장에선 현재로선 전쟁을 끝낼 뚜렷한 '유인'(incentive)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 전쟁과 레바논 전쟁을 끝내는 건 연정에 속한 그(네타냐후)의 정치적 동반자들에게는 선택지가 아니다. 그들은 끝까지 가길 원하기 때문에 그는 현 연정에선 전쟁을 끝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으로 대변되는 강경 극우세력과 손을 잡고 의회 과반의석을 확보, 2022년 재집권한 까닭에 이들이 연정을 탈퇴할 경우 실각을 각오해야 하는 처지다.
그렇다고 다시 총선을 치르기에는 지지율이 충분치 않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이 작년 10월 7일 신와르의 주도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약 1천200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벌어진 직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총선 승리를 확신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최대 군사 지원국인 미국의 차기 대선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접전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도 고려할 지점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가자지구에서 막대한 민간인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네타냐후를 겨냥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지만 당장은 별다른 행동에 나서기 힘든 실정이다.
미국 내 아랍계 유권자와 진보주의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하라는 온건파와 유대인 유권자들의 요구 역시 무시할 수 없어서다.
결과적으로 네타냐후 총리는 내달 5일 미국 대선 투표 이전까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 됐다.
트럼프가 승리해 백악관에 복귀할 경우 본인의 정치적 생존에 더욱 유리한 환경에서 종전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탈시르는 "네타냐후는 신와르와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보다 더 큰 승리의 그림이 없을 것이란 사실을 안다"면서 "관건은 그가 원하는 것이 (백악관에 입성한) 트럼프가 미국·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간의 일종의 거창한 군사동맹을 가져다주길 기다리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미국과 사우디, 이스라엘이 공동의 적인 이란을 상대로 군사동맹을 맺는 '업적'을 세운다면 네타냐후 총리는 국내 정치적으로 큰 힘을 얻게 된다.
이와 관련해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가 승리했을 때 이런 업적을 세울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하는 듯 보인다고 탈시르는 지적했다.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 비리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란 점도 네타냐후 총리가 쉽게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네타냐후 총리의 전직 고문이자 대변인이었던 정치분석가 아비브 부신스키는 네타냐후가 '나라를 구한 총리'란 유산을 남기길 꿈꾸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하야를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의 과제는 (혐의를 벗고) 해외로 나가 테러를 물리친 인물로서 강의 등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검찰과 일종의 거래를 성사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전과가 없으면 각종 자문위원회에 들어가 그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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