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개전 2년을 훌쩍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촉발된 중동 가자지구 전쟁.
국제사회 관심은 온통 악화일로로 치닫는 이들 두 전쟁에 쏠린 듯하다.
이런 가운데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국제 문제가 있다.
바로 로힝야족 난민 문제.
로힝야족은 불교도 다수국 미얀마에 거주하며 이슬람을 믿는다는 이유 등으로 수십 년 전부터 박해받아왔다.
이들은 무슬림 절대 다수국이자 인접국인 방글라데시로 자주 피신해왔다.
그러다가 2017년 미얀마 군부의 대대적 로힝야족 반군 토벌 작전을 계기로 70여만명의 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로 몸을 피했다.
한때 120만명으로 치솟은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 대다수는 현재 남동부 콕스바자르 난민촌에 수용돼 있다.
난민촌에 사는 이들은 방글라데시 당국과 유엔난민기구(UNHCR) 등의 도움으로 먹거리와 보건서비스 등을 제공받지만 상황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난민촌과 가까운 인도양 벵골만 바다가 잔잔해지는 매년 10월부터 약 6개월간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 절대 다수국인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해 낡은 목선에 오르는 난민도 많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2017년 로힝야족 난민을 대거 받아들여 국제사회의 찬사를 받은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가 지난 8월 초 반정부 대학생 시위대에 쫓겨 사퇴하고 인도로 달아난 것.
하시나 전 총리는 재임 때 러시아와 중국, 인도, 일본 등을 상대로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해 해법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형 국제 사건'이 터지면서 로힝야족 난민 문제는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문제 해법은 사실 뻔하다. 로힝야족 난민이 자발적으로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다만 미얀마 군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데 근본적인 딜레마가 있다.
하시나 퇴진 후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출범한 과도정부에도 이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과도정부 수반인 무함마드 유누스 최고 고문(총리격)은 하시나 정부가 잘못한 정책을 모두 뜯어고치는 개혁에 나섰다.
로힝야족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유누스 최고 고문은 지난달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열린 로힝야족 난민 관련 회의에 참석해 솔직하게 호소했다.
그는 "(방글라데시가) 수년간 로힝야족을 받아들여 왔지만, 이제는 난민 수용으로 너무 많은 사회·경제·환경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면서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유엔이 수년 동안 여러 차례 난민 송환 여건 조성을 요구했음에도 미얀마 내 위기의 근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탓에 지금까지 단 한 명의 로힝야족도 본국에 돌아갈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유엔이 로힝야족 난민 위기와 관련한 모든 당사자 회의를 최대한 이른 시간 내 개최해 해법을 모색해달라고 제안했다.
한마디로 말해 이제는 로힝야족을 신규로 수용할 수 없고 난민촌에 수용된 이들도 빨리 송환하고 싶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으로서는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가 됐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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