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온실가스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을 산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대규모 실증에 나섰다.
앞서 여러 차례 실증을 시도했으나 지지부진하던 CCU 기술이 기업의 관심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 탄소중립 기류를 타고 상용화로 안착할지 주목받는 가운데, 대형 플랜트뿐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실증 사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정부는 9천억원 규모 사업 'CCU 메가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CCU 실증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기획돼 왔지만, 실증 부지를 명확히 활용할 계획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예타 대상으로도 선정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5개 지역을 선정하면서 실증 계획도 명확히 밝히는 등 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이처럼 실증에 서두르는 이유는 탄소중립에 있어 CCU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이산화탄소 640만t을 CCU로 해결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CCU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적용된 사례가 전무하단 것이다.
기술이 실제 산업에서 적용되려면 산업계에서의 대규모 실증 연구가 필수적이지만, CCU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가치 외에는 경제성 떨어지는 만큼 기업들에서도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탄소 감축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경영에 주요 요소로 작용하면서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탄소 분야 한 전문가는 "메가 프로젝트도 수년 전만 하더라도 거들떠보지 않았지만, 이제는 기업에서 주관사로 먼저 나서고 있다"며 "이번 메가 프로젝트 설명회도 기업 관계자들로 가득 차는 등 관심도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남는 에너지를 탄소 감축에 활용하는 방향도 주목받으며 CCU의 활용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도 점차 CCU 실증 사업에 투자해오며 산업계 적용 폭을 넓히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한국화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서울대, 성균관대 등 대학, LG화학[051910], GS건설 등 기업체를 포함해 22개 기관으로 구성된 탄소 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이 사업단은 수요기업을 참여시켜 CCU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2027년까지 매일 이산화탄소로부터 납사나 에틸렌 100㎏를 만들거나 하수 찌꺼기 등에서 바이오 항공유 100㎏를 만드는 규모 플랜트 기술도 개발 중이다.
여기서 개발되는 촉매 소재, 반응기 등을 대형화하는 기술을 통해 하루 수십t 이상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CCU 메가 프로젝트에 적용한다는 목표다.
이윤조 연구단 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CCU 관련 실증은 연간 1만t 정도 진행하는 단계"라며 "우리가 뒤떨어져 가는 건 아닌 만큼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 충분히 앞서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파일럿 플랜트는 대형화 외에도 CCU 기술 상용화의 다른 방향인 모듈화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연구단은 설명했다.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플랜트 산업에는 대규모 CCU 플랜트가 필요하지만, 다른 탄소배출 산업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는 만큼 작은 규모의 실증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005930]도 CCU를 반도체 사업장에 적용하기 위해 소규모화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단장은 "또 CCU에 활용할 재생에너지는 대규모로 집적할 수 없는 특성이 있는 만큼 소규모로 분산된 자원과 에너지를 활용하는 CCU 기술이 필요하다"며 다양한 규모에 적용할 수 있는 모듈화·소형화 기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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