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전망치 평균 SK하이닉스 23조원대, 삼성전자 DS 18조원대
삼성 1위 메모리 업계 판도 '흔들'…"AI시대 HBM 등장하면서 변화 시작"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SK하이닉스가 올해 분기 영업이익에서 잇따라 삼성전자 반도체를 앞선 데 이어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뛰어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수요가 폭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실적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 올해 누적 영업이익 SK 15조원…삼성 DS 12조원 안팎 예상
27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에 연결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이는 경쟁사이자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 4조원대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앞서면 양측 모두 흑자를 낸 분기 기준으로 올해 1분기(SK하이닉스 2조8천860억원, 삼성전자 1조9천1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SK하이닉스는 AI 열풍에 수요가 급증하는 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가 늘면서 호실적을 달성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요가 둔화하는 레거시(범용) 메모리 비중이 크고 HBM 비중이 작은 와중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도 길어져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양측 모두 흑자를 낸 해를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실적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앞섰다. SK하이닉스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5조3천845억원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조3천600억원이며,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 수준으로 나오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조원대 안팎이 된다.
증권가에서 제시한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DS부문을 훌쩍 뛰어넘는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현재 23조4천812억원이다.
반면 지금까지 증권가에서 낸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18조원대다. 가장 높게 나온 전망치도 19조6천590억원(키움증권)으로 20조원을 넘지 않는다.
◇ '만년 메모리 2등' SK하이닉스, HBM 내세워 1등 노린다
HBM과 eSSD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뚜렷해 당분간 SK하이닉스의 강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 증권가에서 제시한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SK하이닉스가 8조원 안팎, 삼성전자 DS부문이 4조∼6조원대다.
SK하이닉스는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반도체 시장을 독식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면서 HBM 시장의 최강자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경기 침체 장기화로 메모리 업황이 주춤하는 와중에도 수요가 견고한 HBM을 내세워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둔화 구간에서 SK하이닉스가 보유한 HBM 시장 주도권은 지속해서 부각되고, 올해 HBM3E 8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것처럼 4분기부터 본격화하는 12단 시장에서도 독주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반도체 수요가 AI로 쏠리고 스마트폰, PC 등 기존 IT 수요는 침체하는 양극화 흐름에 HBM에서 주도권을 놓친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상황이다.
파운드리도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주 부진과 낮은 가동률에 적자 탈출이 늦어지면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와의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1990년대부터 글로벌 메모리 시장 왕좌를 지켜왔으나 AI 시대 개막과 함께 판도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이다.
유진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4∼2022년 9년간 누적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가 201조원, SK하이닉스가 75조원이었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3배 가까이 많은 이익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2023∼2024년 2년간 영업이익 합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2조5천억원, SK하이닉스 15조6천억원으로 SK하이닉스가 앞설 것으로 유진투자증권은 예상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3년 AI 프로세서와 함께 HBM이 시장 화두로 등장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며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보다 월등히 높은 마진율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라는 새로운 시대의 막이 오르면서 기업의 전략적 대응의 성공과 실패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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